솔리다임, 뉴욕 낸드공장 2곳에 450억달러 투자 추진 보도
상장 검토 중단 이어 장비 승인 협상…자금조달 선택지 주목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SK하이닉스의 미국 생산시설 투자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다롄 공장의 생산 확대를 통해 미국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구상이 장비 반입 허가 문제에 걸리면서,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딜레마도 드러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다롄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 수출 허가를 요청했지만, 미 상무부가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은 뉴욕주 마시에 낸드플래시 공장 2곳을 건설하기 위해 약 45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투자 규모가 약 1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핵심은 중국과 미국 투자 사이의 자금 흐름이다. 소식통들은 다롄 공장의 생산 확대에서 얻는 수익이 미국 공장 건설의 재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공장의 장비 반입 제한이 현지 생산에 그치지 않고 미국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이후 미 상무부 관계자들과 10차례 가까이 회의하며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차관은 지난주 회의에서도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개선을 위한 추가 장비 반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양측은 2027년 다롄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 허가도 별도로 협의하고 있다. 기존 시설을 계속 가동하기 위한 장비와 생산능력 확대·기술 개선을 위한 장비가 서로 다른 협상 과제로 다뤄지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이미 제시한 규제 방향과 맞닿아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8월 중국 내 외국계 반도체 공장의 포괄적 장비 반입 승인 제도를 철회하면서, 기존 공장 운영을 위한 허가는 내줄 방침이지만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개선을 위한 허가는 내줄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투자 유치 요구에 맞춰 생산거점을 옮기려는 기업도 기존 중국 공장의 현금 창출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투자 장소의 선택뿐 아니라 생산 전환 기간의 수익과 자금조달까지 규제 협상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상장 검토 중단까지…미국 투자 자금조달 변수
솔리다임의 미국 투자 재원 문제는 장비 허가에만 걸려 있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해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미국 신규 공장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투자와 IPO를 통한 외부 자본 조달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상장을 통한 조달 방안 검토를 접은 상황에서 중국 공장의 추가 수익 확보에도 변수가 생긴 것이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제한하려는 안보 정책과 미국 내 공장을 유치하려는 산업 정책의 접점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협상의 관건이다. SK하이닉스에는 다롄 공장의 경쟁력 유지와 미국 생산기반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투자 시기·규모·재원 조달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솔리다임은 세계 여러 지역의 낸드공장 건설 방안을 검토 중이며 특정 방안에 대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로이터에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공식 설명에서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대와 경쟁력 강화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는 롄 장비 수출 허가도 최종 불허된 것은 아니며,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릴런드 밀러 위원은 로이터에 “결국 백악관의 승인 없이는 이 모든 계획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