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반등 이어갈까…유가 하락은 호재, 미국 기술주 약세는 부담
[이슈밸리=임정은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국제유가 급락에도 기술주 매도세를 이기지 못하고 혼조세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 투자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자금 조달 부담이 다시 부각되면서, 한국 증시도 반도체주와 외국인 매매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3.67포인트(0.41%) 오른 5만1983.98에 마감했다. 반면 S&P500지수는 38.67포인트(0.51%) 내린 7541.40, 나스닥 종합지수는 272.68포인트(1.07%) 하락한 2만5164.32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기대에 상승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이 나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3.37% 떨어지면서 반도체 업종의 약세가 이어졌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AI 사업의 성장 속도뿐 아니라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하는지였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빚과 신주 발행에 의존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도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오라클은 AI 인프라 투자 등을 위해 주식과 채권으로 총 2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 알려진 뒤 주가가 8% 넘게 내렸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광통신 부품업체 루멘텀을 부채 포함 1150억달러 규모의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했지만, 주가는 12.72% 떨어졌다. 사업 확대 기대보다 거래 규모와 주식 발행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 7%대 급락…기술주 밖으로 옮겨간 매수세
기술주가 밀린 가운데 홈디포와 셔윈 윌리엄즈 등 일부 전통 업종은 상승했다. 주식시장 전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보다, 기술주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는 모습도 나타났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에 큰 폭으로 내렸다. 브렌트유는 7.63% 떨어진 배럴당 104.7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36% 하락한 96.46달러에 마감했다. 중동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영향이다.
다만 유가 하락만으로 AI 투자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시장의 관심이 투자 규모에서 실제 수익과 현금 창출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미국 중간선거와 6일 고용보고서도 이번 주 증시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한국 증시, 유가 하락 호재와 반도체 부담 함께 반영할 듯
국내 증시는 전날 반등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2일 코스피는 기관의 1조2000억원대 순매수에 힘입어 2.24% 오른 5859.08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78%, 3.81% 상승했지만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다.
간밤 미국 반도체주 약세는 국내 반도체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AI 기업의 자금 조달 문제가 향후 설비투자와 주문 축소 우려로 번질 경우, 국내 메모리·장비업체의 실적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 기술주의 주가 하락이 곧바로 국내 기업의 주문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유가 하락은 반대 방향의 재료다. 하락세가 이어지면 원유 수입 부담이 줄고 항공·운송 등 연료비 비중이 큰 업종의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하루 급락만으로 수익성 개선을 단정하기는 어렵고, 정유업종은 재고평가 손실과 정제마진 변화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지수의 반등이 이어지려면 기관 매수와 함께 외국인 자금 유입이 뒷받침되는지도 중요하다. 미국 중간선거와 고용지표 발표 이후 달러·원 환율과 시장금리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가 주요 확인 사항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선거만으로 추세 회복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유가와 금리, 신용스프레드 안정 및 외국인 순매수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와 국채의 금리 차이로,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증시는 미국 기술주 약세와 유가 하락이라는 엇갈린 재료를 함께 반영하면서, 지수 전반의 상승보다는 기업 실적과 자금 흐름에 따른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