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임정은 기자]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쿠팡에 판매 상품으로 등장했다. 사람을 닮은 얼굴과 몸체에 표정 변화, 춤과 음성 상호작용 기능을 내세운 제품으로, 화면에 표시된 가격은 1억526만6,900원이다.
연구소와 전시장에서 접하던 인간형 로봇이 ‘장바구니 담기’와 ‘바로구매’ 버튼을 갖춘 소비자 판매 화면에 올라온 것이다. 다만 상품 등록을 실제 판매·배송 실적이나 기술적 완성도의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1억526만원…가격보다 중요한 성능 확인
8일 이슈밸리가 확인한 쿠팡 상품 화면에는 원산지가 중국으로 기재돼 있다. 판매자는 ‘라이니리가’로 표시되며, 홍보 이미지에는 ‘KAWAYI’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그러나 첨부 화면만으로는 실제 제조사와 정확한 모델명, 공식 유통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판매 설명에는 안드로이드 10.0 운영체제, 3D 라이다를 이용한 심도 인식, 43자유도, 36V·4400mAh 배터리가 제시돼 있다. 얼굴 표정과 신체 동작을 맞춤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가격이 적정한지는 사양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독립 보행 여부와 물체를 다루는 능력, 한국어 대화 수준, 연속 작동 시간, 설치·교육 비용과 국내 수리 체계에 따라 제품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면의 ‘무료배송’ 표시만으로 통관·설치 등 전체 비용이 포함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실리콘 피부 광고…성분표·내부 부품은 미공개
제품의 ‘성분’은 식품처럼 원료표를 보는 방식보다 외장 소재와 내부 부품을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홍보 화면에는 ‘맞춤형 실리콘 몸체와 형태’라는 설명이 들어 있다. 사람과 유사한 외형을 구현하기 위해 실리콘을 사용한다는 판매자 설명이다. 그러나 실리콘의 종류와 배합, 첨가제, 피부 접촉 안전성, 난연성 시험자료는 첨부 화면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내부 골격과 외장에 사용된 금속·플라스틱의 종류, 모터와 감속기 제조사, 배터리 셀의 화학적 구성도 공개된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다. 상품 기본정보의 ‘고농도 화학 물…’ 항목 역시 문구가 잘려 있어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배터리는 표시값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58.4Wh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사용 시간을 산출할 수는 없다. 모터를 얼마나 움직이는지, 컴퓨터와 센서가 얼마나 전력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실제 운용 시간이 달라진다.
43자유도·춤 12종…자율 지능과 별개
43자유도는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독립적인 축의 수를 뜻한다. 숫자가 높으면 다양한 자세를 구현할 여지가 있지만, 사람처럼 상황을 이해하거나 스스로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홍보 이미지는 얼굴의 15개 특징과 움직이는 관절을 통한 표정 구현, 팔과 허리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미리 준비된 춤 12종과 고객이 노래 20곡을 추가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공개된 광고만 보면 외형과 공연·상호작용 기능을 강조한 제품으로 읽힌다.
라이다를 탑재했다는 설명 역시 실제 자율주행 성능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장애물을 감지하는 능력과 복잡한 실내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능력은 구분해 검증해야 한다. 두 다리가 보이는 상품 사진만으로 독립적인 이족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인증 항목에는 ‘CE’가 표시돼 있다. 그러나 해당 모델의 적합성 선언과 시험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증 범위나 국내 판매에 필요한 요건 충족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목표, 제품 판매 넘어 산업 생태계 확보
중국의 휴머노이드 육성은 개별 기업의 상품 출시를 넘어 국가 산업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3년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발전 지도 의견’에서 2025년까지 핵심 기술 돌파와 양산, 제조·민생 서비스 분야의 시범 적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세계적 영향력을 갖춘 기업 2~3곳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2027년 목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과 국제 경쟁력을 가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종합 역량을 세계 선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는 정책 목표이며, 발표 자체가 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방향을 종합하면 중국은 로봇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 운영체제, 인공지능과 유지보수까지 연결하는 세계 시장 확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해외 설치가 늘수록 후속 부품과 소프트웨어 서비스 시장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최근 중국의 해킹 이슈를 고려할 때 각 가정과 회사에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구매할 경우 보안 이슈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가정과 사업장에 확산될 경우, 카메라와 마이크로 수집하는 영상·음성의 저장 위치와 외부 전송 여부, 원격 접속 권한이 핵심 보안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