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기자] 미국이 항공모함과 해병 원정전력을 중동에 추가 파견하기로 하면서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위협은 이미 제거됐으며 이후 군사작전은 재발 방지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모 3척 체제와 최대 1만명의 병력 증파는 협상 압박을 넘어 공습 확대에 대비한 전력 배치라는 해석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핵 위협을 없애는 데 4∼6주가 걸릴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나는 하룻밤에 해냈다”며 “나머지 시간은 그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이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군사작전을 새 전쟁의 개시가 아니라, 이미 달성한 핵시설 무력화 성과를 유지·관리하는 단계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향후 군사행동은 정권교체나 장기 점령보다 이란의 핵 능력 복원 차단, 미군과 동맹국 보호, 해상 항로 통제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하룻밤에 핵 위협을 제거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군사적 평가다. 핵시설 피해와 핵 프로그램의 재건 가능성, 농축우라늄 및 관련 인력의 현황은 별도의 정보·사찰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란 측이 핵 능력을 되살리거나 미군 및 동맹국을 공격할 조짐을 보인다고 미국이 판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추가 군사행동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루스벨트함·해병대 출항…최대 1만명 증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지난달 27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중동으로 출항했으며, 제13해병원정대 병력을 태운 마킨아일랜드 상륙준비단도 뒤이어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추가 전력은 11월 말까지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며, 증원 규모는 약 9000∼1만명으로 알려졌다. 중동에는 현재 조지 H.W. 부시함과 조지 워싱턴함 등 항모 2척이 전개돼 있어, 루스벨트함까지 합류하면 미군은 이 지역에 항모 3척 체제를 갖출 수 있다.
항모전단은 전투기, 전자전기, 조기경보기 등을 운용하는 해상 기지 역할을 한다. 항모 3척이 동시에 배치되면 미군은 이란 본토와 호르무즈 해협,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무장세력 활동 지역을 병행 감시하면서, 필요시 여러 방향에서 타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마킨아일랜드 상륙준비단과 해병원정대의 합류도 주목된다. 이 전력은 미군 기지 방어와 자국민 대피, 상선 보호, 제한적 상륙작전 등 유사시 다양한 임무에 활용될 수 있다.
‘재발 방지’ 논리와 공습 재개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은 항모 증파의 명분을 설명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미국은 핵 위협 제거 성과를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보강한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다. 이란이 핵시설 복구나 미군 공격, 호르무즈 해협 위협에 나설 경우에는 이를 ‘재발 방지 작전’으로 규정해 추가 타격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제시한 합의안이 충분하지 않다며, 11월 중간선거 이후 공습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이란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멸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강경 발언도 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핵 위협은 이미 제거했다”고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란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더 큰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압박을 병행하고 있다. 협상용 경고와 실제 작전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함 일본 복귀 여부도 변수
루스벨트함 도착 뒤 조지 워싱턴함이 일본 요코스카 기지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함은 장기 파병 부담이 누적된 에이브러햄 링컨함과 교대하기 위해 8월 중동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함이 귀환하면 이번 증파는 중동 전력의 순증보다는 교대·보강 성격이 강해진다. 반대로 워싱턴함이 현지에 남으면 중동에는 항모 3척이 동시에 전개돼 이란에 대한 군사·외교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핵 위협 재발 방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란의 대응과 협상 결렬 여부에 따라 그 방어 논리는 언제든 공습 확대의 명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 선거 이후 중동의 향방은 항모 숫자보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의 출구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