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멈추지 않는 공사장 비극...정부 부처 겉 핥기식 감독과 기업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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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멈추지 않는 공사장 비극...정부 부처 겉 핥기식 감독과 기업 무책임
  • 이슈밸리
  • 승인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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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슈밸리=사설] 또다시 건설 현장에서 귀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매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지적과 함께 보도되지만, 현장의 풍경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공개된 집계에서 현대건설이 올해 사망사고 최다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고, 최근 5년 누적 통계에서도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상위권에 반복해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일부 기업의 예외적 일탈이나 단발성 사고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공기 단축과 원가 절감이 안전보다 앞서는 관행, 원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는 책임의 분산, 이를 제때 막지 못한 감독 체계가 겹친 구조적 인재로 봐야 한다.

건설 현장은 본질적으로 위험한 공간이다. 고소 작업, 중장비 운용, 화재·폭발, 붕괴 위험이 매일 공존한다. 그렇기에 안전은 선택할 수 있는 경영 항목이 아니라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고가 나면 안전점검과 특별감독, 재발방지 대책이 쏟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장은 다시 비용과 속도의 논리에 휩쓸린다. 안전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위험성 평가는 서류에 남으며, 작업 중단권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원청 대형 건설사의 책임은 더 무겁다. 실제 작업이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맡겨졌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가벼워질 수는 없다. 공사 기간과 예산, 공법, 인력 배치, 안전관리 기준을 사실상 결정하는 곳은 원청이기 때문이다.

협력업체가 충분한 안전 인력과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구조라면, 원청은 계약 단계부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위험 공정의 작업을 멈추게 할 권한과 비용을 현장에 보장하지 않은 채 사고 후 유감과 대책만 되풀이한다면, ‘안전 최우선’이라는 구호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사고 이후 조사와 행정처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 현장의 위험을 걸러내는 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 위험성 평가가 실제 작업 환경을 반영하는지, 안전관리자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지, 하도급 구조가 안전비용을 깎아 먹고 있지는 않은지 상시 점검해야 한다. 반복 사망사고 기업에 대한 특별관리와 현장 불시점검이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동하는지도 냉정하게 되짚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이어지는 현실은 법의 존재만으로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처벌의 수위와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도 필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예방 중심의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사고 이력이 반복되는 기업에는 입찰·수주와 공공사업 참여에서 명확한 불이익을 주고, 안전 예산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 중대 위험이 확인된 현장에는 작업중지 명령이 실질적으로 내려지고, 이를 회피하거나 무시할 경우 엄정한 책임을 묻는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다가오는 국정감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국회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반복 사고가 발생한 주요 건설사의 경영진과 관계 부처 책임자에게 사고의 경위, 안전 예산과 인력 운용, 하도급 관리, 재발방지 대책을 구체적으로 따져 물어야 한다. 일회성 질타나 보여주기식 청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제출한 대책이 이후 현장에서 이행됐는지까지 확인하는 사후 검증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앞설 수 있는 공기와 비용은 없다. 정부는 겉핥기식 감독이라는 비판을 벗기 위해 현장 중심의 예방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기업은 사고를 ‘불가피한 변수’로 취급해 온 낡은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 역시 이번 국감을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구조적 부실을 바로잡는 실질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의 죽음 뒤에 또 같은 약속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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