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없이 호텔·크루즈선·임시 숙소에 1만7000명 분산
중국·태국 선수단 장시간 대기…한국 경기서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
[이슈밸리=올림픽 스포츠팀] 32년 만에 일본에서 열린 하계 아시안게임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선수단 숙박과 수송, 식사, 훈련 환경에 이어 국가 연주까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일본의 국제대회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스무 번째 하계 아시안게임인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는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월 4일까지 16일간의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하계 아시안게임이 개최된 것은 1958년 도쿄와 1994년 히로시마에 이어 세 번째다. 직전 대회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확산으로 2023년으로 연기되면서 이번 대회는 3년 만에 열리게 됐다.
개회식에는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셰이크 조안 빈 하마드 알사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 나루히토 일왕 부부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현장을 찾았다.
이번 대회에는 OCA 소속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와 난민팀 등에서 선수와 임원 약 1만7000명이 참가했다. 선수들은 43개 종목과 71개 세부 종목에 걸린 46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대회 슬로건은 ‘IMAGINE ONE ASIA’로 정해졌다. 개회식도 선수와 관중의 단결,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성과 연대를 상징하는 ‘하모닉 하트비트’를 주제로 진행됐다.
나고야 출신 연출가 쓰쓰미 유키히코가 총감독을 맡아 일본 전통문화와 음악, 지역 문화유산에 레이저와 드론,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했다. 무로후시 고지와 아버지 무로후시 시게노부가 함께 최종 성화를 점화한 뒤 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그러나 개회식의 화려함과 달리 3만석 규모 관중석 상당 부분이 비어 있었고, 개막 전부터 이어진 선수단 숙박과 수송 혼선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회 운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수촌 포기에서 시작된 숙박 대란
이번 대회 운영 혼선의 출발점으로는 독립된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은 결정이 꼽힌다.
아이치현과 나고야시는 당초 약 1만5000명을 수용할 선수촌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비용이 300억엔에서 600억엔 수준으로 급증하자 계획을 변경했다. 대회 이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른바 ‘화이트 엘리펀트’를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도 제시됐다.
OCA 역시 선수촌 건설은 의무 사항이 아니며 대회가 끝난 뒤 활용하기 어려운 시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직위원회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저비용·지속가능 대회’를 새로운 운영 모델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약 1만7000명의 선수와 임원은 일반 호텔과 임시 목조 숙소, 나고야항에 정박한 이탈리아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 등에 분산 배치됐다. 크루즈선에는 약 4000명, 컨테이너 형태의 임시 숙소에는 약 2000명이 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실제 등록 인원이 당초 예상했던 1만5000명보다 약 2000명 늘었지만 객실과 차량, 식사, 현장 운영 인력은 증가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신규 종목 추가로 참가자가 늘었고 숙박 장소까지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객실 배정과 차량 운행, 식사 제공, 보안·의료 인력 배치가 동시에 흔들렸다.
객실은 있는데 명단이 없었다
일부 선수단은 일본에 도착한 뒤 조직위원회 전산망에서 선수 정보나 등록 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공항에서 수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숙소가 배정됐지만 출입 인증이 활성화되지 않아 객실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남녀 선수와 지도자가 적절히 구분되지 않은 채 방이 배정된 사례도 보고됐다.
중국 체조대표팀은 21명 가운데 조직위원회 전산시스템에서 정상적으로 정보가 확인된 인원이 2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탁구와 우슈, 조정, 체조대표팀도 송영 버스를 기다리며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했다.
중국 선수들은 대기 장소에 요가 매트를 깔고 폼롤러와 운동 밴드를 이용해 몸을 풀어야 했다. 중국 배드민턴대표팀은 대회 측 차량을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호텔까지 이동했다. 일부 선수는 주나고야 중국총영사관과 현지 중국인 단체가 마련한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세팍타크로대표팀은 선수촌으로 활용되는 크루즈선 숙박자 명단에서 이름이 누락돼 객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수들은 로비 바닥에서 휴식을 취하며 입실을 기다렸고, 이동 차량을 확보하는 데에도 약 4시간이 걸렸다.
공항 도착 이후 정상적으로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약 20시간이 걸렸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다만 온라인에서 확산한 ‘중국과 태국 선수들이 호텔 주차장에서 훈련했다’는 주장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된 내용은 중국 선수들이 공항 대기 장소에서 간이 운동을 했고, 태국 선수들이 크루즈선 로비 바닥에서 장시간 대기했다는 것이다.
좁은 침대·부족한 식사…선수 컨디션에도 영향
숙박시설의 질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일부 선수는 신체 조건에 비해 침대가 짧고 객실 공간이 좁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불편을 제기했다. 홍콩 탁구대표 두호이켐도 크루즈선 객실을 공개하며 방과 침대가 지나치게 좁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크루즈선은 한 곳에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객실이 일반 선수촌보다 좁고, 선수들이 훈련장과 경기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기상 악화 때는 선박 안전과 승하선 통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대회 개막을 앞두고 내린 집중호우로 일부 선수와 관계자가 임시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호텔과 임시 숙소, 크루즈선으로 선수단이 흩어지면서 국가별 식단과 알레르기, 종교적 제한을 반영한 식사 제공도 어려워졌다. 인도 선수단에서는 아침 식사가 제때 준비되지 않거나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숙박 장소마다 조리시설과 공급업체가 달라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어렵고, 식사 수요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중앙 관리 기능도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경기장 잘못 안내하고 버스는 오지 않아
수송 문제 역시 분산 숙박 방식과 준비 부족이 결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반 선수촌을 운영하면 선수단 전용버스가 선수촌과 경기장 사이의 일정한 노선을 반복해서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호텔과 항구, 임시 숙소에서 여러 경기장으로 각각 이동해야 한다.
경기장도 나고야와 아이치현뿐 아니라 기후현, 시즈오카현, 도쿄, 오사카 등으로 분산돼 차량과 운전기사, 안내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인도 사격 선수단은 숙소에서 50∼60㎞ 떨어진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데 최대 2시간이 걸렸고, 배차 부족과 차량 지연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태운 차량이 축구 경기장이 아닌 야구장으로 이동해 카타르전 도착이 늦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선수단의 경기장 정보가 차량 기사와 현장 운영 인력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의전까지 실수
대회 운영 난맥상은 숙박과 수송에 그치지 않았다.
18일 기후현 그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경기에서는 경기 전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잘못 연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뜻밖의 북한 국가가 나오자 한국 선수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장내 방송은 즉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국가와 애국가가 차례로 다시 연주됐다.
그러나 경기 시작 시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심판진이 애국가 연주 도중 선수들에게 악수를 진행하도록 지시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애국가에 대한 예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한국은 혼란 속에서도 방글라데시를 5대 0으로 꺾었다.
한국과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북한 국가의 국내 공개 연주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단순 음원 선택 실수로만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제대회에서 참가국 명칭과 국기, 국가 음원을 사전에 대조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전 절차다. 숙박과 수송뿐 아니라 국가 음원 관리에서도 검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고 이후 경기 전 국가 연주를 생략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조직위원회나 OCA가 전체 경기 또는 시상식에서 국가 연주를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경기에서도 잘못된 음원을 중단한 뒤 방글라데시 국가와 애국가를 다시 연주했다.
비용 줄였지만 운영 인력과 시스템은 더 필요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회 예산이 부족해서 발생했다기보다 건설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분산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통합 시스템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촌을 없애면 시설 건설비는 줄일 수 있다. 반면 여러 숙소와 경기장을 연결하는 차량과 운전기사, 통역, 안내, 보안, 의료, 식음료 및 정보기술 인력은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하다.
선수 한 명의 등록 정보가 누락되면 숙소 배정과 차량 탑승, 식사, 경기장 출입이 연쇄적으로 막힌다. 전산망과 현장 운영이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비용 절감으로 얻은 효과보다 더 큰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호텔과 버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인력난을 겪어왔다. 여기에 국제대회 운영 경험을 갖춘 단기 인력과 통역 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하기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원회가 시설 재활용과 비용 절감에 무게를 둔 반면, 참가 인원 증가와 전산 장애, 기상 악화, 차량 부족에 대비한 예비 자원은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24시간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객실 재배치와 차량 추가 투입에 나섰다. OCA도 숙박과 수송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회 전체를 흔들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선수 숙소와 식사, 훈련, 이동은 경기력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제대회 운영의 기본 요소다. 시설 건설비를 줄이는 ‘저비용 대회’가 성공하려면 절감한 비용의 일부를 정보시스템과 현장 인력, 수송 및 식음료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원회가 국가 오송출 사고에 대해 별도의 공식 설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당시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잘못된 국가가 연주됐다. 실수가 발생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