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여당 주도로 처리됐다. 이제 임명 여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처음부터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용혜인 후보자 지명은 여론의 벽을 넘기 어려워 보였지만,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소 유지 여부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다룰 법무부 장관 자리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신약 임상시험 관련 청탁 의혹과 가족이 관여한 사회적협동조합 지원 논란 등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는 부당한 청탁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부인했고, 민주당도 직무 수행을 가로막을 중대한 결격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률적 책임이 확인됐는가와 국민이 법무행정 책임자를 신뢰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법무부 장관은 어느 공직보다 높은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수사와 기소 체계가 대대적으로 바뀌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다. 논란의 사실 여부를 놓고 국론이 갈리고 상당수 국민이 후보자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김 후보자가 내놓는 모든 법무정책은 시작부터 정치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친정 사람을 끝내 장관 자리에 앉힌 대가는 국정 동력의 약화와 거센 정치적 저항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문제는 김 후보자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이미 3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도·보수층의 이탈뿐 아니라 진보 진영과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심이 정부 정책의 일부를 비판하는 단계를 넘어 대통령의 판단과 공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사태는 훨씬 심각해진다.
18일 기자회견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 앞에는 자신의 재판과 관련된 공소 취소 논란, 연임 개헌 문제, 수사권 조정 이후의 보완수사 공백, 호르무즈 해협 파병, 한미관계, 중국인의 군사시설 불법 촬영과 불법 조업, 무사증 제도의 허점 등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현안이 놓여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정부 입장을 방어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능숙한 해명이나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오직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현직 대통령에게 연임 개헌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대통령 재판과 법무부 인사 사이에 어떠한 정치적 거래도 없다는 점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 과정에서 범죄 대응과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완수사 제도도 내놓아야 한다.
외교·안보에서도 모호한 말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중심축으로 분명히 하되 호르무즈 파병은 국익과 우리 선박·국민의 안전, 임무 범위와 국회 동의를 종합해 제한적 참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중국과는 필요한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군사시설 촬영, 공항 관제 교신 불법 청취, 서해 불법 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무사증 제도 역시 국가안보와 체류 관리에 허점이 확인됐다면 보완하거나 중단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자회견의 진정성은 김승원 후보자 문제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 통합과 공정한 법치를 말해놓고 곧바로 논란의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어떤 약속도 힘을 얻기 어렵다. 말로는 민심을 받들겠다면서 행동으로는 측근 인사를 관철한다면 이번 기자회견은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 행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최소한 추가 검증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의 우려를 실제 국정에 반영한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개헌과 사법개혁, 외교·안보에 관한 약속도 그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한 사람을 포기함으로써 국정 전체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 대통령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이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변명의 자리가 아니라 내려놓는 자리가 돼야 한다. 김승원 후보자 임명을 멈추는 결단이 그 출발점이다. 이제 모든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