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논단] ‘경기도 부도’로 뜬 추미애, 12억 관사에 갇혔다…‘재정 비상’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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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논단] ‘경기도 부도’로 뜬 추미애, 12억 관사에 갇혔다…‘재정 비상’의 역설
  • 이슈밸리
  • 승인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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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확장재정 경고하며 전국적 주목…관사·관용차·제주 업무보고 논란으로 부메랑
산후조리비·공무원 인센티브 줄이자 “도민에게만 긴축” 비판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격하며 여권 내 갈등…‘보수의 어머니’ 조롱도 재등장

 

[이슈밸리=윤대우 기자] “이대로 가면 경기도가 부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취임 직후 ‘경기도 재정 비상’을 전면에 내걸며 단숨에 전국적인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섰다.

복지와 개발사업을 경쟁적으로 늘려온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재정지출 확대에 속도를 내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도 무분별한 확장재정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강경 정치인이 오히려 재정 건전성과 지출 구조조정을 들고나왔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추 지사는 이전 도정에서 상당수 필수사업 예산이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고, 지방채와 기금 의존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가 공식적인 부도 상태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경기도 부도’라는 강한 표현은 재정 문제를 전국적인 논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5465억원 구조조정…‘재정 경고자’로 부상

경기도는 지난 8월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 뒤 42조2420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기존 사업에서 5465억원을 줄이고 행정운영경비 222억원과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업무추진비 4억원을 감액했다. 불요불급한 국외 출장과 연수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확보한 재원은 노인 장기요양급여와 학교급식, 결식아동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등 중단 우려가 제기된 사업에 다시 배분했다.

추 지사 측은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한정된 예산을 필수 민생사업에 집중하는 ‘재정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재정 상황을 낙관하며 지출부터 늘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 경고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입은 줄어드는데 복지와 사회간접자본 지출을 계속 늘릴 경우 결국 다음 세대가 빚을 떠안게 된다는 문제 제기 자체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재정 비상을 선언한 순간부터 추 지사의 모든 정책과 일상도 같은 잣대 위에 올라갔다. 작은 지출 하나도 “정말 필요한 예산인가”라는 검증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민은 허리띠, 지사는 12억 관사·새 관용차?

가장 큰 논란은 관사였다. 경기도는 추 지사를 위해 광교의 전용면적 156㎡, 약 47평형 아파트를 보증금 12억2000만원에 전세 관사로 계약했다. 여기에 7765만원 상당의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9도 새 관용차로 구입했다.

관사와 차량 계약은 8월 5일 재정 비상 공식 선언 전에 이뤄졌다. 법적으로 문제가 확인된 사안도 아니다. 도지사의 보안과 긴급 업무 수행, 이동 편의 등을 고려하면 관사와 관용차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는 치명적인 장면이 됐다. 도민의 복지사업과 공무원 인센티브까지 줄이면서 정작 도지사는 넓은 관사와 새 관용차를 선택했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를 강조할수록 “왜 자신에게 들어가는 비용부터 줄이지 않았느냐”는 질문도 커졌다.

제주도 호텔 업무보고 논란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다만 제주 일정을 잡은 주체는 추 지사가 아니라 경기도의회 일부 상임위원회다.

보건복지위원회와 경제노동위원회 등이 제주에서 2027년도 예산과 업무보고를 받는 일정을 검토했고, 교육기획위원회는 이미 제주 일정을 다녀왔다.

추 지사의 직접 지시로 보기 어렵지만, 경기도 전체가 재정 비상을 외치는 상황에서 도의원과 직원, 집행부·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제주로 이동해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은 도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의실이 있는데 왜 제주 호텔까지 가야 하느냐”는 도청 내부 불만도 이어졌다.

산후조리비는 끊고 인센티브는 반토막…커지는 반발

도민이 체감하는 예산이 실제로 줄어들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경기도는 출생아 1명당 50만원을 지원하던 산후조리비 사업을 9월 신청분을 끝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공무원 인센티브 예산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추 지사는 산후조리비를 임의로 삭감한 것이 아니라 애초 올해 예산이 9개월분만 편성돼 있었으며, 학교급식과 장애인·취약계층 지원 등 더 시급한 사업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난임부부 시술비 223억원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115억원 등 다른 출산·복지 예산을 반영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도민 입장에서는 난임 지원과 산후조리비가 반드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사업인지 의문이 남는다.

수십억원, 수백억원 규모의 민생예산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관사와 관용차 같은 지사 의전비용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는 비판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추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경기도 청원은 게시 닷새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재정 위기 선언이 도정 혁신의 출발점이 아니라 복지 축소와 내부 갈등의 명분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청원 참여자들의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격…진보 내부의 새로운 갈등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 지사는 경기도정을 넘어 중앙정치 현안에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검찰개혁과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 등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왜 내란 세력에 전전긍긍하느냐”는 취지의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여권 내부에서는 현직 대통령에게 야당을 향해 사용할 법한 극언을 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반면 추 지사 측에서는 검찰개혁이 후퇴할 가능성에 경고한 것이라는 설명이 제기됐다.

재정 문제로 주목받은 추 지사가 다시 강경한 정치적 선명성을 앞세우면서 차기 여권 권력구도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따라붙었다.

보수 진영과 온라인에서는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붙었던 ‘보수의 어머니’라는 조롱 섞인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추 지사의 강경한 공격이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내부를 흔들고 보수 진영에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비아냥이다.

추 지사가 제기한 재정 문제는 가볍지 않다. 세입 감소와 지방채 증가, 소진된 기금, 빠르게 불어나는 복지 수요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정부도 외면하기 어려운 경고다.

하지만 재정 개혁은 숫자만 줄인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무엇을 먼저 줄였는지, 지도자가 어떤 불편을 감수했는지, 도민에게 요구한 희생을 자신에게도 적용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경기도 부도’라는 강한 말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운 추 지사는 이제 그 말에 자신의 모든 행보를 평가받고 있다.

민생의 작은 예산은 깎으면서 도지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유지한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다면, 재정 비상 선언은 이재명 정부를 향한 경고가 아니라 추미애 도정의 가장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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