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촬영·한국식 유머 호평…CGI·긴 상영시간·미완성 결말에는 불만
로튼토마토 평단 79%·관객 78%…레딧에서도 평가 극명하게 엇갈려
[이슈밸리=주말뉴스팀]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미국 극장가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지 언론은 나 감독 특유의 거칠고 폭발적인 액션 연출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2시간 40분에 이르는 상영시간과 다소 거친 컴퓨터그래픽(CG), 속편을 염두에 둔 결말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렸다.
‘호프’의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은 지난 9일 미국 약 1,500개 극장에서 영화를 개봉했다.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이는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로는 가장 넓은 수준의 미국 극장 배급이다. 네온은 정식 개봉에 앞서 7일부터 175개 대형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특별 상영도 진행했다.
나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장편영화라는 점, 황정민·조인성·정호연에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까지 가세한 다국적 출연진도 미국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결함 있어도 짜릿하다”…액션과 촬영에는 호평
미국 언론이 공통으로 높게 평가한 부분은 영화 초반부의 긴장감과 대규모 추격 장면이다.
AP통신은 ‘호프’에 별 4개 가운데 3개를 부여했다. 매체는 영화가 지나치게 길고 CGI도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괴수영화와 공상과학을 거칠게 결합한 대담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도로와 숲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추격 장면을 올해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짜릿하고 기발한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데일리비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호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부끄럽게 만든다”는 제목을 달았다. 영화의 첫 1시간을 최근 보기 드문 강렬한 도입부로 평가하고, 나 감독이 숨 돌릴 틈 없이 추격전과 총격전을 밀어붙인다고 호평했다.
뉴요커는 홍경표 촬영감독의 카메라가 차량과 함께 질주하는 장면을 높이 평가했다. 단순히 괴물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이 아니라 자동차와 카메라의 움직임이 하나로 합쳐진 듯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미국 관객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는 한국 시골 마을의 욕설과 주민들의 말다툼,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는 엉뚱한 유머도 예상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할리우드식으로 매끈하게 정리된 영웅담과 달리, 겁에 질리고 우왕좌왕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건의 중심에 놓인 점이 오히려 ‘호프’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졌다.
뉴욕타임스 “보는 것보다 생각할 때 더 흥미로운 영화”
호평만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 주요 매체가 지적한 약점도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뉴욕타임스는 “보는 동안보다 보고 난 뒤 생각할 때 더 흥미로운 영화”라고 평가했다. 추격과 총격이 반복되고 인물의 감정이나 서사가 충분히 쌓이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지만, 인간이 누구를 적으로 규정하고 어느 쪽을 선과 악으로 바라보는지를 묻는 방식에는 의미가 있다고 봤다.
영화의 배경이 비무장지대(DMZ)와 가까운 마을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마을 곳곳에 간첩 신고와 침투 경계를 강조하는 표어가 걸려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북한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와 마주한다는 설정을 단순한 괴수영화 이상의 정치적 우화로 해석했다.
반면 애틀랜틱은 상당히 비판적인 평가를 내놨다. 영화의 첫 1시간은 액션·공포·코미디를 능숙하게 결합했지만, 괴물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뒤부터 CGI의 한계가 눈에 띄고 총격 장면도 지나치게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156분 동안 세계관에 관한 질문을 잇달아 던지고도 충분한 설명이나 완결된 결말을 제시하지 않은 채 속편을 예고한 부분을 문제로 들었다. 첫 편 자체가 만족스러운 결론을 보여주지 못하면 관객이 후속편을 기다리기보다 오히려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로튼토마토 관객 78%…“한국은 괴수영화를 안다”
미국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호프’는 12일 확인 기준 평단 신선도 79%를 기록했다. 실제 티켓 구매가 확인된 관객 250명 이상의 평가를 반영한 팝콘미터도 78%로 나타났다.
평단과 관객 점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작품의 단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극장에서 볼 만한 장르영화로서의 가치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관객 후기에는 “한국은 괴수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액션이 많고 속편이 기대된다”, “할리우드가 경쟁하려면 더 분발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반대편에서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지만 설명은 부족하다”, “45분 정도 줄였어야 한다”, “세트와 폭발 장면에 비해 괴물 CGI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화 중반부의 코미디가 재미있었다는 관객도 있었지만,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이야기의 분위기를 흐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레딧도 양분…“컬트영화 될 것” “액션 장면 모음 같다”
미국 개봉 직후 만들어진 레딧 영화 커뮤니티의 공식 토론방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사소한 말다툼과 유머가 멋진 액션 장면 사이에 들어가 극장에서 많이 웃었다”며 DMZ 인근의 작은 공동체를 배경으로 삼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른 이용자는 “긴장감과 어두운 유머, 낯선 이야기가 함께 살아 있다”며 장차 컬트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극장 전체가 코미디 장면에서 크게 웃었고 최근 관람한 영화 가운데 객석도 상당히 많이 찼다는 현장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레딧 한국영화 커뮤니티의 관람 후기에서는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지는 액션 장면 모음처럼 느껴진다”, “줄거리와 인물 구축이 부족하다”,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전반부가 훨씬 좋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영화를 봤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10점 만점에 5.5∼6점을 주면서 CGI와 과도한 코미디를 단점으로 꼽았다. 다만 “가볍게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시간을 완전히 낭비한 작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