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칼럼]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히 제한" vs “나는 연임하지 않겠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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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히 제한" vs “나는 연임하지 않겠다” 사이
  • 이슈밸리
  • 승인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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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사진출처=청와대)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자신의 임기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9일 동포간담회에서 취임 초부터 해외 방문 일정을 많이 잡은 이유를 설명하며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빨리 정상외교를 시작해야 그 효과를 오래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 후반에 다른 나라와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더라도 이를 실제 국익으로 연결할 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과 같은 개방형 통상국가에서 정상외교는 투자와 경제협력, 안보협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기회이며 실제로 대통령이 방문한 국가들과의 수출 및 민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임기의 유한성을 의식하면서 외교 성과를 서두르겠다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다. 정상 간 신뢰를 쌓고 이를 기업의 수출과 투자, 국가안보의 실익으로 연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임기 말에 관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임기 초부터 외교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대혁명과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교하며 개혁의 속도와 방식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프랑스가 혁명 과정에서 지나치게 앞서가다가 중도층 이탈과 역결집을 불러왔고 결국 반혁명과 반동의 시기를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에너지가 넘칠 때는 절제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국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고통과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만 좇지 않고 중도층까지 설득하면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면 귀담아들을 만하다. 정치는 속도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방향이 옳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부족하면 개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대통령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절제와 통합을 강조한 것은 국정 운영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국민이 정작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헌법상 임기가 제한돼 있다”는 원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나는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대통령 자신의 명확한 정치적 의사다.

현행 헌법이 대통령 임기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다.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그 개헌안을 제안할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적으로 보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가능성에는 이미 분명한 제한이 설정돼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는 법 조항이 불분명해서가 아니다. 개헌 논의가 국가의 미래 권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진로와 조금이라도 맞닿아 있는 것인지 국민이 확실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제 임기는 헌법상 제한돼 있다”는 말은 현행 제도에 대한 설명이다.

반면 “어떤 형태의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나는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은 대통령의 의지에 관한 선언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만 후자는 논란을 끝낸다.

대통령이 연임이나 권력 연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복잡하게 설명할 이유도 없다. 현행 헌법을 소개하거나 임기의 유한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국민 앞에 직접 밝히면 된다. 개헌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도 상당 부분 사라질 수 있다.

분명한 한마디를 피할수록 정치권에서는 온갖 해석이 뒤따른다. 지지층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반대 진영은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대통령의 진의와 무관하게 모호한 언어가 정치적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말은 법률 문구만큼이나 명확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개헌은 대통령 개인의 임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갇혀서는 안 된다. 권력구조 개편,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 지방분권, 기본권 강화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문제다. 현직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순간 개헌의 본질은 흐려지고 국민적 합의도 어려워진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개혁에는 절제가 필요하고 중도층의 이탈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정치에서도 국민이 이 대통령 연임 문제에 관해 의심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의혹을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통령 자신이 분명하게 선을 긋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렵고 현란한 헌법 해설이 아니다. 정상외교의 성과나 혁명의 역사적 교훈을 설명하기에 앞서, 자신의 권력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단호하고 투명한 태도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긴 현재 코스피 7000 시대를 넘어섰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진입에 대한 기대도 키우고 있다. 앞으로도 반도체 경기 호황의 수혜가 이어진다면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연임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으로 이러한 경제의 긍정적 신호와 국정 성과마저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권력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신뢰와 성과가 채워지는 것이 정치의 역설이자 인생의 이치다.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한다면 개헌 논의도 권력 연장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과제로 평가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이어지지 않도록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나는 절대 연임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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