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화산 6곳 같은 날 분화했지만 “서로 독립된 활동”
네팔 빙하성 붕괴·러시아 대형 눈사태…지진 증가설은 근거 부족
[이슈밸리=기후환경팀] 바다에서는 강력한 열대저기압이 잇따르고, 산악지대에서는 빙하와 눈덩이가 무너져 내렸다. ‘불의 고리’ 인도네시아에서는 화산 6곳이 하루 사이 분화했고 규모 7급 강진의 상처도 채 아물지 않았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극한 기상과 지질재해가 비슷한 시기에 겹치면서 지구 환경이 임계점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태풍과 폭우, 빙하 불안정은 기후변화·엘니뇨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화산과 지진은 판 운동에 따른 지질현상이다. 서로 다른 재난을 하나의 원인으로 묶기보다 여러 위험이 동시에 현실화하는 ‘복합재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판단이다.
하와이 사상 첫 토네이도 주의보
10일 미국 기상당국과 현지 보도에 따르면 허리케인 ‘로웰’이 접근한 지난 7일 하와이 카우아이와 니하우에 토네이도 주의보가 발령됐다. 하와이에서 토네이도 경보가 내려진 사례는 있었지만,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광범위하게 형성됐다는 의미의 주의보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와이에서는 1950년부터 2018년까지 42건의 토네이도가 관측됐지만 대부분 국지적이고 약한 규모였다. 이번에는 로웰 외곽의 회전성 비구름이 섬 전체를 덮으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토네이도와 해상 용오름 위험이 동시에 커졌다.
카우아이 와이알레알레 정상에는 386㎜의 폭우가 쏟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순간 최대 시속 140㎞에 달하는 돌풍이 관측됐다. AP통신은 카우아이 전력망 대부분이 한때 마비되고 도로와 해안시설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로웰은 불과 3주여 사이 하와이에 영향을 준 세 번째 열대성 기상시스템이다. 한때 태평양에서는 카리나·로웰·마리 등 허리케인 3개가 동시에 활동하는 이례적인 장면도 관측됐다.
한국에서는 이들 열대저기압을 통칭해 ‘태풍’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하와이 동쪽과 중앙태평양에서 발생한 것은 공식적으로 허리케인이다. 서북태평양 태풍 발생 건수와 단순하게 합산해서는 안 된다.
인도네시아 화산 6곳 같은 날 분화…“연쇄 폭발 아니다”
인도네시아 화산 6곳이 동시에 폭발했다는 소식도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세메루·이부·아낙 크라카타우·시나붕·일리 르워톨록·르워토비 라키라키 화산에서 분화가 기록됐다.
다만 6곳이 정확히 같은 시각에 폭발한 것은 아니다. 수 시간에 걸쳐 각 화산에서 크고 작은 분화가 잇따라 관측된 것으로, PVMBG는 각 화산이 별도의 마그마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서로를 자극하거나 연쇄 분화를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지 당국의 설명은 자카르타글로브를 통해 전해졌다.
이후 아낙 크라카타우의 활동이 강해지면서 화산재가 최고 15㎞ 상공까지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공항 8곳의 운항이 중단돼 약 3천편의 항공편과 34만명 이상의 승객이 영향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127개의 활화산이 있다. 화산 여러 곳이 동시에 활동하는 현상 자체가 전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 항공 운항과 학교·어업까지 한꺼번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컸다.
네팔은 빙하성 붕괴 확인…러시아는 원인 조사 중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는 빙하가 포함된 산사면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토석류와 홍수가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붕괴가 규모 5.2 지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발생시켰고 토석류와 홍수가 약 100㎞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진이 빙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대규모 붕괴가 지진처럼 강한 진동을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USGS는 이번 현상을 순수한 빙하 붕괴로 단정하지 않고 ‘빙하 일부가 포함된 산사면 붕괴’일 가능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 북캅카스 미지르기산에서는 지난 6일 눈사태가 등반객 33명을 덮쳐 최소 1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으며 6명이 실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빙하 지형에서 발생한 대형 눈사태인 것은 맞지만 빙하 일부의 붕괴가 직접 원인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러시아와 네팔에서 ‘빙하 붕괴가 동시에 발생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네팔은 빙하가 포함된 대규모 붕괴가 확인됐지만 러시아는 눈사태 발생 원인을 조사하는 단계다.
규모 7급 지진 잇따라...한국도 위험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달 규모 7.7의 강진으로 50명 이상이 숨지고 약 5천명이 대피했다. 9일에는 티베트 지역에서 깊이 35㎞,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즉각적인 대규모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 발표에 따른 수치다.
그러나 최근 지진과 화산 활동이 지구 전체 차원에서 갑자기 증가했다고 볼 통계적 근거는 아직 없다.
USGS는 특정 시기에 지진이 많거나 적게 발생하는 현상은 정상적인 변동 범위에 해당하며, 여러 지역의 지진이 짧은 기간에 겹쳤다는 사실만으로 더 큰 지진의 전조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지구의 진짜 위험은 ‘재난의 동시다발화’
이번 현상들을 하나의 거대한 지질변동이나 지구 종말의 징후로 연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무리가 있다. 화산과 지진은 판 운동, 허리케인과 폭우는 해수면 온도와 대기 순환, 빙하 불안정은 기온 상승과 지형 조건의 영향을 각각 받는다.
그러나 서로 다른 원인의 재난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되면 구조 인력과 식량·에너지·교통망이 동시에 압박받는다. 개별 재난보다 복합재난이 더 위험한 이유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현재 엘니뇨가 매우 강한 수준으로 발달하고 있으며 중앙·동부 적도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크게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WMO는 엘니뇨가 2027년 초까지 이어져 세계 여러 지역의 폭우와 가뭄, 고온 위험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와이의 토네이도와 허리케인, 네팔의 빙하성 붕괴, 인도네시아의 화산과 강진이 모두 같은 원인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재난이 국경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사회 기반시설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는 ‘당장 종말이 온다’는 신호가 아니라, 과거의 평균과 경험만으로는 앞으로의 복합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미국 기후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은 허리케인 로웰이 이동한 태평양 해역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이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발생할 가능성이 최대 60배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 중 수분을 늘려 폭풍이 더 많은 비를 짧은 시간에 쏟아붓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네팔 빙하 붕괴와 관련해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사스와트 산얄 재난위험경감 전문가는 개별 사고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즉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기온 상승이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빙하를 녹이고 산악 지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