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장항준 출연 제안 번번이 거절…“묻어버리겠다” 유쾌한 복수 선언
천만 감독 등극하자 “너도 놀랐지?”…투박하지만 서로의 성공 응원
[이슈밸리=방송/연예팀] 무뚝뚝하고 묵직한 배우 설경구와 말 많고 유쾌한 감독 장항준. 겉으로만 보면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알고 보면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서로의 성공을 지켜본 ‘오래된 연인’ 같은 사이다.
달콤한 말 대신 욕설 섞인 농담을 주고받고, 캐스팅 제안은 번번이 거절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대의 성취를 누구보다 반기는 관계다. 두 사람의 우정은 그래서 더욱 영화 같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배우 장현성을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항준 감독은 과거 방송에서 대학 동기인 장현성이 극단에서 공연할 당시 우연히 설경구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설경구는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기 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던 배우였다.
장 감독의 눈에 들어온 설경구의 첫인상은 의외로 소박했다. 훗날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될 인물이었지만 당시에는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어딘가 수수한 배우로 보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장 감독이 설경구에게 본격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장 감독은 설경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거나 작품 출연을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특히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 이야기를 영화로 준비하면서 설경구에게 출연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은 냉정했다. 설경구는 시나리오가 재미없다며 출연을 고사했고, 이 같은 거절이 여러 차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 감독은 2011년 SBS 예능프로그램 ‘밤이면 밤마다’에 출연해 설경구에게 네 번이나 캐스팅을 거절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울분 섞인 농담으로 “내가 성공하면 설경구를 매장시키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설경구의 설명에 따르면 “두고 보자”는 표현조차 순화된 것이었다. 설경구는 지난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콘텐츠 ‘홍보하러 온 건 맞는데’에 출연해 “장항준 감독이 ‘나중에 두고 보자’고 했다는 것은 순화된 말”이라며 실제로는 자신을 “매장시키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물론 이는 실제 적대감이 아니라 오랜 친구 사이에서만 가능한 짓궂은 농담이다. 장 감독이 술에 취해 설경구의 음성사서함에 욕설과 함께 복수를 다짐하자 설경구 역시 짧고 강렬한 문자로 응수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장 감독은 이후에도 설경구에게 커피차를 보내 달라고 거리낌 없이 요구했다. 설경구는 방송에서 “친하지도 않다. 자기 아쉬울 때만 전화한다”고 능청스럽게 받아쳤지만 결국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줬다. 말은 거칠어도 부탁은 들어주는 사이인 셈이다.
두 사람의 우정은 장항준 감독이 흥행 감독으로 우뚝 서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설경구는 넷플릭스 코리아 영상에서 장 감독을 두고 “거장 됐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천만 감독 반열에 오른 장 감독에게 “너도 놀랐지?”라는 문자를 보냈고, 장 감독은 “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아직 장 감독과 정식으로 작품을 함께한 적은 없다면서도 “장 감독, 네 영화가 계속 좋아진다”고 직접 말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감독은 겸손하게 감격하기보다 “그치? 맞지?”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칭찬을 기다렸다는 듯한 장항준 특유의 대답이었다.
설경구는 장항준의 작품을 계속 거절했고, 장항준은 언젠가 성공해 설경구를 영화계에서 ‘묻어버리겠다’며 복수를 예고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한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고, 다른 한 사람은 천만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장항준의 가장 유쾌한 복수는 설경구를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영화계 정상에 올라 그의 오랜 친구로 나란히 서는 일이었다. 서로에게 듣기 좋은 말은 좀처럼 하지 않지만 상대의 성공만큼은 누구보다 반기는 두 사람. 티격태격하면서도 끝내 서로의 곁을 지키는, 영화계의 오래된 ‘남사친 연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