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막강한 권력, 절실한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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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막강한 권력, 절실한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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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6.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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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청와대)
(사진출처=청와대)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권력을 가진 사람이 끝까지 겸손하기란 쉽지 않다. 한 번 권력의 단맛을 본 사람은 그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권력의 흥망을 반복해 기록했지만, 그 결말은 대체로 비슷했다.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될 때 존경을 받았고, 자신을 위해 휘두르는 순간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국 현대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력을 명예롭게 내려놓은 지도자는 많지 않았고, 대부분은 오만과 독선으로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지금 대한민국 역시 권력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현 정부와 여당은 강한 국정 운영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권력이 크다는 사실이 아니다. 권력이 커질수록 스스로를 얼마나 절제하고, 얼마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다.

권력이 겸손을 잃는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정치를 넘어 국방, 외교, 경제로 번져 국민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대통령 연임 개헌 논란은 그런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이후 대통령실은 현행 헌법상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즉각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 최측근으로 정무수석을 지낸 인사가 국회의장 자격으로 꺼낸 발언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예사롭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 정치권은 과거에도 "추진하지 않는다", "그럴 의도가 없다"고 했던 정책이나 제도가 시간이 지나 번복되거나 다른 형태로 추진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민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발언 때문이 아니라, 정치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의 문제다. 권력이 강할수록 말 한마디도 더욱 신중하고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의 안일함은 국방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최근 육군 1군단 GOP와 GP에서 K-6 중기관총 실탄 없이 경계근무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고, 합동참모본부도 해당 지침 변경을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군은 오발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은 "최전방에서 실탄 없는 경계가 과연 정상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안보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현실과 국민의 눈높이를 놓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외교도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방위비 분담, 통상 압박,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 투자와 관세 문제 등에서 동맹국에도 자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정부는 국익을 중심으로 치밀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명확한 전략과 성과를 보여주는 것 또한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의 책무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국익으로 말해야 하며, 국익은 겸손한 협상력에서 나온다.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이 컸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기일수록 시장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시장에서는 정책 방향과 기업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은 숫자보다 신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가 시장에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과 투자자, 그리고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치의 오만은 국방의 방심으로 이어질 수 있고, 외교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의 불확실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각각의 사건은 서로 다른 분야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권력은 지금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이 평범한 속담은 오늘날 어느 정치 구호보다 무겁다. 국민이 맡긴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높아질수록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설명하며, 더 많이 낮아져야 한다. 역사는 언제나 강한 권력보다 겸손한 권력을 더 오래 기억했다.

지금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새겨야 할 말도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바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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