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경제산업팀] 현대자동차그룹은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쟁력 강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는 판매량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평가받던 현대차그룹은 이제 기술과 품질, 브랜드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현대차그룹을 평가하는 기준은 실적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기관투자가와 연기금들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지배구조(Governance) 를 꼽는다. 기업이 얼마나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주주가치를 보호하며, 안정적인 승계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지가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이라는 점에서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축'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현대모비스를 살펴봐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이며, 현대자동차는 기아의 최대주주다. 기아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까지 일부 출자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연결돼 있다.
이 같은 순환출자는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에는 적은 자본으로 그룹 전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시장이 확대되고 ESG 경영이 기업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늘날 해외 투자자들은 복잡한 출자 구조보다 단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선호한다. 실제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지난 10여 년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나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왔다.
현대차그룹 역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합병 비율과 일반주주 이익 훼손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그룹은 대규모 구조 개편보다 미래사업 투자와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
3대에 걸친 지분 구조가 말해주는 것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그리고 4세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다.
현재 공시 기준으로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약 7%대, 현대자동차 약 5%대, 현대제철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지분은 향후 승계 과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반면 정의선 회장의 직접 지분 구조는 다소 다르다. 현대모비스 직접 지분은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며 현대자동차 역시 2%대, 기아는 1%대 수준이다. 대신 현대글로비스 약 20%, 현대오토에버 약 7%,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약 11%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룹 총수의 핵심 제조 계열사 직접 지분이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기아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유지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으로 평가한다.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이 곧 현대자동차와 기아, 나아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금감원 자료를 보면 4세인 정창철 씨는 상장 계열사의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승계 작업이 아직 '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 단계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향후 4세 승계 논의가 본격화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이를 단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순히 오너 일가의 지분율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계열사 간 출자 구조와 특수관계인 지분, 그리고 장기간 축적된 경영권 구조가 함께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시장이 관심을 갖는 것은 '누가 얼마나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느냐'보다 향후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있다.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