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에세이-⑤] "나는 왜 샤워할 때, 물이 싫은가"
상태바
[멍멍 에세이-⑤] "나는 왜 샤워할 때, 물이 싫은가"
  • 이슈밸리
  • 승인 2026.07.04
  • 댓글 0
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문 이해를 위해 만든 생성형 AI 이미지
본문 이해를 위해 만든 생성형 AI 이미지

 

 

[이슈밸리=말티즈 '장군' 기자]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물'이다. 아, 오해는 마시라. 목마를 때 찹찹거리며 마시는 생명수 말고, 내 풍성한 털을 무참히 적시고 숨통을 옥죄어오는 샤워와 목욕 말이다.

샤워 부스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숨이 막히고 미칠 것만 같다. 어떻게든 저 얄미운 문밖으로 탈출해야 한다는 생존 본능만이 온몸을 지배한다. 발끝에 물방울 하나만 닿아도 기겁을 하며 펄쩍 뛰는 내 모습, 솔직히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

처음엔 다른 개들도 다 나와 같은 투쟁을 하며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넋을 놓고 보는 유튜브를 곁눈질로 훔쳐보고는 배신감에 휩싸였다. 화면 속 포메라니안 친구들은 거품 가득한 물에 몸을 담그고 아예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잠을 자고 있지 않은가. '아니, 저게 가능하다고? 저건 견종의 차이인가, 아니면 나만 물의 저주를 받은 것인가?'

그러다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거실에서 나누는 대화를 듣고 내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 그 트라우마의 기원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내가 아주 작고 꼬물거리던 솜뭉치 시절, 이 집에 처음 와서 신나게 동네방네 쉬를 싸고 돌아다녔단다. 문제는 강아지를 난생처음 키워보는 이 두 양반의 대처 방식이었다. 쪼끄만 강아지를 씻기겠다고 화장실로 데려가 무려 '샤워기'를 직접 틀어버린 것이다.

엄마 아빠는 물을 최대한 약하게 틀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건 철저히 덩치 큰 인간들의 기준이다. 1킬로그램도 안 되던 어린 강아지에게 샤워기 물줄기는 나이아가라 폭포수요, 할리우드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었을 게 뻔하다. 내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 지독한 물에 대한 피해의식은 필시 그날의 참사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그렇다고 내가 씻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불결한 개는 아니다. 매일 나가는 산책은 내 견생 최고의 기쁨이다. 온 동네 흙냄새를 맡고, 응가를 한 뒤에는 뒷발로 멋지게 흙을 차바람을 일으키며 영역 표시를 하는 본능까지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다 보면 온몸은 먼지투성이가 되고 발바닥은 새까매진다. 나 역시 찝찝함을 느끼며 '아, 씻긴 씻어야겠다'고 머리로는 동의한다.

내가 불만을 품는 건 단지 '방식'이다. 꼭 그렇게 전쟁 치르듯 위에서 물을 들이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세상이 어느 땐데,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목욕 방식은 없단 말인가? 이를테면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는 프라이빗 스파에서 따뜻한 물수건으로 결을 따라 우아하게 닦아준다거나 하는 그런 하이엔드 서비스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깊은 고뇌와 혁신적인 제안을 아빠에게 털어놓는다면, 돌아올 대답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 그런 고급 서비스해 주는 부잣집 주인 찾아서 떠나시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