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한유진 기자] 코스닥 최상위권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이 지배구조 개편과 2세 경영 승계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4년 추진했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오너 일가는 황은석 대표가 최대주주인 가족회사 '루미에스트라'를 통한 지분 확대에 나서며 승계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다만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주 최규옥 전 회장 측의 10% 안팎 지분과 두 자릿수 외국인 지분율이 유지되고 있어 향후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변수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사 전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결국 철회
주성엔지니어링은 2024년 반도체 장비 사업과 태양광·디스플레이 사업을 분리해 '주성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는 사업 전문성 강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창업주 황철주 회장의 지배력 강화와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구조 개편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분할 계획은 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기업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약 3,038억원으로 회사가 정한 한도인 500억원을 크게 초과하면서 결국 분할 계획은 철회됐다. 당시 청구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18.2%에 달했다. 이후 회사는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루미에스트라 통한 지분 확대… 승계 기반 다지기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된 이후 주목받은 곳은 황은석 대표가 최대주주(지분 51%)인 가족회사 '루미에스트라'다.
황 대표 개인의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2%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단독으로는 경영권 기반이 크지 않다. 이에 루미에스트라는 황철주 회장으로부터 장기 자금을 지원받아 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왔다.
2026년 3월 기준 루미에스트라는 주성엔지니어링 42만7,577주(0.92%)를 보유하고 있으며, 황철주 회장과 루미에스트라를 포함한 특별관계인 9인의 합산 지분율은 약 31.34%까지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주사 전환 대신 가족회사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회사는 승계와 관련한 공식적인 계획을 별도로 밝힌 바는 없다.
2대 주주 최규옥 전 회장… 향후 변수로 부상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주 최규옥 전 회장 측이다.
최 전 회장은 개인과 가족 투자법인인 네오영, 네오솔루션즈 등을 통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약 10%를 확보하며 단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 전 회장 측은 공시를 통해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주주총회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재개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주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대주주 측 지분이 절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10% 안팎의 지분은 주요 안건 의결 과정에서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지분도 변수… 국민연금 영향력은 제한적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지분율도 주성엔지니어링 지배구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026년 들어 외국인 보유 비중은 대체로 10%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투자 재개 기대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의 투자 확대가 실적 기대감을 높이며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과거 5% 이상을 보유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대량보유 공시 대상에서는 제외된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이슈에서는 국민연금보다 외국인 투자자와 2대 주주의 의결권 향방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정공법이 무산된 이후 가족회사를 통한 지분 확대라는 새로운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다만 황은석 대표 개인 지분이 아직 높지 않은 점, 최규옥 전 회장 측이 약 1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점,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 자릿수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은 여전히 여러 변수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최대주주 측의 경영권이 당장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향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대규모 인수·합병(M&A), 주주환원 정책 등이 추진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와 2대 주주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