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권동혁 기자] 북한이 최근 공개한 5,000톤급 신형 구축함이 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과 닮은 외형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이 최근 수년간 선보인 신형 전차, 전략무인기, 잠수함을 살펴보면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 무기체계와 외관이 놀랄 만큼 유사하다.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도 서방 전투기 등을 모방하지만, 어디까지나 자국 무기에 독자적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유독 한국형 무기와 비슷한 모습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정치·심리전·기술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한국 이지스함 부럽지 않다"는 메시지
북한이 공개한 최현급 구축함은 수직발사대(VLS), 위상배열레이더, 스텔스형 함교 구조 등을 갖추며 외형상 한국의 세종대왕급·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나 미국 알레이버크급 구축함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해외 군사전문가들 역시 북한이 서방형 이지스 구축함 디자인을 적극 참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함정 건조가 아니다.
"우리도 한국 해군과 맞설 수 있는 현대적 해군력을 보유했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
실제 현대 해군 함정은 레이더와 전투체계가 핵심이지만 일반 주민들이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반면 함교 형태나 레이더 배열은 사진만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결국 북한은 성능보다 먼저 "보이는 힘"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인기는 미국, 전차는 한국 닮았다
북한의 전략 무인기 '샛별-4형'과 '샛별-9형'은 각각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를 거의 그대로 연상시킨다. 미 국무부 출신 안보 전문가들조차 "외형은 모방할 수 있지만 실제 성능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신형 전차 역시 비슷하다. 2020년 이후 공개된 북한 신형 전차는 과거 소련식 전차 이미지에서 벗어나 K-2 흑표 전차와 서방 전차를 연상시키는 포탑 형상과 복합장갑 구조를 채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관만 보면 러시아 T-14 아르마타와 한국 K-2를 혼합한 느낌"이라고 분석한다. 북한은 실제 성능보다 먼저 '최신 무기처럼 보이는 외형'을 통해 기술 발전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한국 무기를 닮는 진짜 이유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전이다. 북한은 남한을 군사적 경쟁 상대이자 체제 경쟁 대상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한국군이 보유한 첨단 무기와 유사한 장비를 공개함으로써 "우리도 뒤지지 않는다"는 체제 우월성을 주민들에게 선전할 수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 접근이 제한돼 있어 실제 성능을 검증하기 어렵다. 사진과 영상만으로도 강력한 선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이 최근 공개한 신형 구축함과 전략무인기, 신형 전차가 잇따라 한국과 미국의 첨단 무기와 유사한 외형을 보이면서 군사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USB를 다시 거론하고 있다. 당시 USB에 단순 경제협력 구상 외에 다른 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다.
실제 USB 전달 장면은 공개적으로 촬영됐으며, 이후 청와대는 해당 저장장치에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북한은 최근 수년 사이 한국의 K-2 흑표 전차를 연상시키는 신형 전차, 미국 글로벌호크와 리퍼를 닮은 전략무인기, 한국 이지스 구축함과 유사한 형태의 신형 구축함 등을 연이어 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북한이 단순히 외형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첨단 기술까지 확보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는 다르다. 현대 무기체계는 공기역학과 스텔스 설계, 레이더 반사면적 감소 등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형태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외형이 닮았다고 내부 전투체계와 성능까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축함의 핵심은 선체가 아니라 전투체계와 위상배열레이더이며, 무인기의 핵심 역시 데이터링크와 위성통신 체계다. 전차 역시 엔진과 사격통제장치, 복합장갑 기술이 성능을 좌우한다. 외형만으로 기술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인터넷, 위성사진, 공개 군사자료, 해외 전시회 자료 등을 통해 한국과 미국 무기를 분석하며 외형을 적극적으로 모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북한 무기의 외형이 한국 무기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고 해서 지난 2018년 USB와 북한 무기 개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다만 북한의 군사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만큼, 한국 정보당국과 군 당국이 기술 유출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경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을 닮는 것은 열등감인가, 자신감인가"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한국 무기와 비교되는 상황을 점점 더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북한은 소련식 무기체계를 모방하는 데 집중했는데 최근 공개되는 신형 무기들은 오히려 한국군이 운용하는 첨단 무기와 직접 비교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이제 군사력 경쟁의 기준점을 미국·러시아가 아니라 대한민국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
군사 안보분야 한 관계자는 “북한 무기가 한국이나 미국 무기와 외형적으로 닮아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동일한 성능이나 기술 이전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 무기체계는 스텔스 형상, 레이더 배치, 공기역학적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외형이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북한의 무기 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은 분명한 만큼, 공개자료 모방인지, 제3국을 통한 기술 유입인지, 사이버 해킹이나 내부 유출 가능성까지 포함해 정보당국이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