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권동혁 기자] 국내 주요 시설의 경비와 출동 서비스는 대부분 국내 보안업체가 담당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CCTV와 네트워크 장비 상당수가 중국산이라는 점에서 국가안보와 정보보호 측면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국방부가 병력 감소와 군 구조 개편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후방지역 경계·관리 업무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보안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성 문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실제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못지않게 그들이 활용하는 감시체계와 데이터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새로운 안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안 인력은 한국인, 장비는 해외산"… 보안의 사각지대
현재 국내 보안시장은 에스원과 SK쉴더스 등 국내 기업들이 출동경비와 관제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건물과 공장, 물류시설, 아파트 단지, 연구시설 등의 경비 역시 대부분 국내 인력이 수행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국내 보안체계는 한국 기업과 한국 인력이 책임지는 구조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사람이 보안을 담당한다고 해서 보안의 모든 요소가 국내 통제 아래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보안체계의 핵심은 경비인력뿐 아니라 CCTV와 서버, 영상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출입통제 시스템, 원격 관리 프로그램 등 수많은 디지털 장비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하이크비전, 다후아테크놀로지, 유니뷰, 톈디 등 중국 보안장비 업체들은 글로벌 CCTV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민간 시장에 폭넓게 진출해 있다. 통신 및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화웨이와 ZTE, 공유기 시장에서는 티피링크 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산 CCTV를 경계하는 이유
문제는 이들 장비가 실제로 위협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잠재적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보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책임을 묻는 영역이 아니라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영역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까지 중국산 CCTV가 국내 중요시설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공식 확인 사례는 없지만,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이 중국산 감시장비 사용을 제한하거나 철거하는 배경도 바로 이러한 예방적 안보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하이크비전과 다후아, 화웨이, ZTE 등을 국가안보 우려 기업으로 지정해 연방정부 조달을 제한하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중앙부처 건물에서 일부 중국산 CCTV 철거를 추진했으며 호주와 캐나다도 공공부문 사용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특정 국가 제품을 배제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감시장비가 과거의 단순 카메라가 아닌 정보 수집 플랫폼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최신 CCTV는 영상 촬영뿐 아니라 인공지능 분석, 얼굴 인식, 차량 번호판 판독, 행동 패턴 분석, 원격 업데이트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하나의 네트워크 컴퓨터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안업계에서는 특히 원격 유지보수 기능에 주목한다. 장비 제조사가 제공하는 펌웨어 업데이트나 원격 진단 시스템은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공급망 공격의 통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공급망 보안을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방부 후방 경계 민간화 논의 실제로 되면
최근 군 안팎에서 제기되는 후방 경계 민간화 논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병력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군은 전투력 집중을 위해 일부 비전투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한된 병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 중요시설과 군사시설의 경계 업무에 민간 참여가 확대될 경우 단순히 경비원의 신원 확인이나 교육 수준만 검증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용되는 감시장비의 공급망과 데이터 흐름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전에서 정보의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고 설명한다. 특정 시설의 출입 패턴, 차량 이동 현황, 물자 반입 시기, 경계 근무 형태 등은 개별적으로는 단순 정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간 축적되면 전략적 가치가 있는 정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지키느냐보다 누가 통제하느냐"
실제로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수년 전부터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가 어느 국가의 법률 적용을 받으며 누가 접근 권한을 갖는지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이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 공장과 발전소, 국가연구시설, 항만, 공항, 군사시설, 통신 인프라 등은 모두 국가 핵심기반시설로 분류된다. 이들 시설에 설치된 보안장비는 단순한 상업용 전자제품이 아니라 국가안보 체계의 일부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와 방산산업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산업스파이와 사이버 공격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보안의 개념이 '침입자를 막는 것'에서 '정보가 어디로 흐르는지 통제하는 것'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보보안 업계 관계자는 "경비원을 누가 고용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시시스템의 통제권이 어디에 있는가"라며 "영상 저장 위치, 원격 접속 권한, 업데이트 관리 체계, 데이터 전송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공급망 보안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 전문가는 "현재 중국산 장비가 국내 시설을 감시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국가안보는 확인된 위협뿐 아니라 잠재적 위험까지 관리하는 영역인 만큼 중요시설에 대한 보안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병력 감소와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 보안의 의미는 더 이상 경비원 숫자로만 안전을 책임 질 수 없다. 이제는 누가 시설을 지키는가를 넘어 누가 데이터를 보고, 저장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안보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