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동상이몽' 청와대는, 호남에....최태원, "일본 훌륭한 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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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동상이몽' 청와대는, 호남에....최태원, "일본 훌륭한 후보지"
  • 이슈밸리
  • 승인 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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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왼쪽 세 번째)과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이 9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서 에너지·AI·저출산 현안 해결을 위한 한일경제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슈밸리=산업정책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을 신규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언급한 것을 두고 국내 산업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가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지방 분산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는 SK가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다면 호남권을 염두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 속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일본을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의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일본 기업들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장비 산업 경쟁력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등 우수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외 지역에서의 생산시설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기를 앞당기고 국내 투자와 채용 역시 지속 확대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해외 투자 검토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전력 인프라와 용수 확보, 소재·장비 생태계, 인력 수급, 세제 지원 등 복합적인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글로벌 산업이다. 실제로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지원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SK가 일본을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검토하는 것 자체는 경영 판단의 영역이다.

다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어디에 투자하느냐'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말하느냐'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 균형발전이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첨단산업 투자에서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총수가 해외 투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은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단순한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미국과 일본, 유럽, 중국 모두 반도체를 경제안보 자산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총수의 발언은 단순한 기업 홍보 이상의 정치·외교적 의미를 갖게 된다.

중간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기업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언의 신중함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의 발언은 시장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가 핵심 산업과 관련된 메시지는 투자자와 국민, 정책 당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SK하이닉스 성과급 이슈가 국내 산업계 전반에 미친 파급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직원들의 보상 체계 논쟁으로 확산되며 국내 산업계 전반의 임금과 조직문화 논의를 촉발했다.

당시에는 한 기업의 보상 정책이 다른 기업 구성원들의 기대 수준과 사회적 논쟁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국내 대표 기업과 총수의 결정과 발언이 더 이상 개별 기업 내부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특히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경영 판단 자체보다 이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총수의 메시지는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기업의 방향성과 국가 산업정책에 대한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 회장이 일본을 언급했다고 해서 국내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의미로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고,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확대와 엔지니어 채용 확대 의지도 재확인했다. 해외 거점 확보 역시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특정 국가 투자 여부를 넘어 한국 대기업 총수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경영인은 세계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국가 전략산업을 이끄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는 민간기업의 경영 판단이 존중돼야 하지만, 국민적 영향력이 큰 총수일수록 발언의 무게를 고려하는 정무적 감각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성과급 사례가 보여줬듯, 국내 대표 기업의 결정과 메시지는 기업 울타리를 넘어 산업계 전체와 국민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그 자유를 설명하는 방식과 시점에 대한 신중함 역시 대기업 총수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리더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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