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주말뉴스팀] 최근 산업계와 언론계 일각에서 기업의 언론 대응 방식이 과거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광고 중단이나 정정보도 요구 같은 전통적인 압박 수단을 넘어, 플랫폼 영향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보다 정교한 방식의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언론 자유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는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감시와 디지털 공격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기술 발전이 오히려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새로운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포털 알고리즘과 뉴스 유통 구조의 그림자
국제 언론계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문제는 포털 중심 뉴스 유통 구조다.
오늘날 독자들의 뉴스 소비 상당수가 포털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검색 노출과 기사 배열은 언론사의 영향력과 직결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이나 이해관계자들이 플랫폼 구조를 활용해 특정 언론사의 영향력을 낮추려 한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뉴스 유통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에 집중된 상황에서 알고리즘 운영 과정이 충분히 투명하지 않을 경우 언론 다양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 세계 언론계를 흔드는 '기술적 언론 탄압'
문제는 플랫폼 영향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제 언론단체와 인권단체들이 최근 수년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서 기자들을 겨냥한 디지털 감시와 해킹 시도가 실제로 확인되고 있다.
국제 언론인 연맹(IFJ)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상업용 스파이웨어인 페가수스(Pegasus), 프레데터(Predator), 그래파이트(Graphite) 등이 언론인과 인권운동가, 정치인 등을 상대로 사용된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감염되는 이른바 '제로 클릭(Zero-Click)' 공격이 가능해 휴대전화 속 통화기록과 메시지, 이메일, 위치정보는 물론 취재원 관련 정보까지 유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멕시코와 인도, 엘살바도르 등에서는 기자들의 스마트폰이 스파이웨어에 감염된 사실이 국제 조사기관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 해킹보다 무서운 '보이지 않는 감시'
전문가들은 언론인을 향한 위협이 반드시 고도의 스파이웨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망의 구조적 취약점을 악용하는 SS7 공격은 별도의 기기 감염 없이도 위치 추적과 통화 감청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가짜 이동통신 기지국 역할을 하는 IMSI 캐처(IMSI Catcher)는 집회나 시위 현장 등에서 기자와 취재원의 통신 정보를 수집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수사기관이나 권력기관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디지털 포렌식 장비로 분석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 과정에서 널리 알려진 장비 가운데 하나가 이스라엘계 기업이 개발한 세레브라이트(Cellebrite)다. 해당 장비는 합법적인 수사 목적으로 활용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오남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 취재원 보호와 언론 자유의 위기
언론 전문가들은 디지털 감시가 단순한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 자체를 위협한다고 경고한다.
기자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취재하는지 실시간으로 노출된다면 취재원은 언론 접촉을 꺼리게 되고, 언론은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기자들이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 민감한 취재를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자기 검열(Self-Censorship)'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디지털 감시와 스파이웨어를 현대 언론인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 "기술 발전만큼 감시 체계도 진화해야"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언론 보호 제도와 플랫폼 감시 체계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포털 뉴스 알고리즘 운영의 투명성 강화, 언론사 보안 인프라 투자 확대, 디지털 포렌식 지원 체계 구축, 스파이웨어 사용에 대한 국제적 규제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다. 기업 역시 정당한 반론권과 권익 보호를 주장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실제 확인된 디지털 감시 사례들이 보여주듯 기술이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될 경우 공론장은 심각한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업과 플랫폼, 정부, 언론계 모두가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국내 언론계도 "디지털 위협 체감" 목소리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가 한국 언론계와 무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일부 언론인들은 기업 비판 보도 이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경험했다고 토로한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특정 주체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A언론사 소속 기자는 "기업 관련 비판 기사를 연이어 보도한 이후 언론사의 왜곡된 정보가 온라인상에 부각되거나, 회사 사이트가 포털에서 검색 노출 빈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경험했다"며 "업무용 노트북이 특별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고장 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각의 현상을 개별적으로 보면 우연일 수 있지만, 여러 상황이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다 보니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언론사 기자는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차원의 사이버 영향력 행사와 정보전이 이미 현실화된 문제"라며 "한국 역시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구조 속에 깊숙이 연결돼 있는 만큼 언론계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위협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국가나 기업을 지목할 수 있는 증거는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확인된 여러 사례들을 보면 언론과 정보 생태계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영향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 전문가들 "의혹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 체계"
보안 전문가들은 특정 현상을 곧바로 해킹이나 외부 개입으로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트북 고장이나 검색 노출 변화는 시스템 오류, 알고리즘 개편, 사용자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언론인을 겨냥한 스파이웨어와 디지털 감시 사례가 실제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기보다 객관적인 기술 검증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언론사 내부의 디지털 포렌식 역량 강화와 보안 인프라 확충, 플랫폼 알고리즘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향후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디지털 시대 언론 자유의 위협은 더 이상 물리적 압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 전체가 온라인으로 이동한 만큼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역시 편집국을 넘어 서버와 네트워크, 그리고 디지털 보안 체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