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탐구] 최태원 '규모의 리더십'과 '파격 성과급'...'양날의 검'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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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최태원 '규모의 리더십'과 '파격 성과급'...'양날의 검' 안 되려면
  • 이슈밸리
  • 승인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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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중의원연맹이 연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슈밸리=윤대우 편집장]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재계 출입 담당 기자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신년 하례식, 서울 코엑스 행사에 참석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자리라 코엑스 외곽부터 내부까지 경호가 촘촘했고, 행사장 안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재계 인사들이 빼곡히 앞뒤로 서 있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 대표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다. 

그 와중에 유독 시선이 쏠리는 인물이 있었다. 건장한 수행원 여러 명이 먼저 동선을 만들고, 그 사이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순간 대통령이 입장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태원 회장이었다.

바로 옆으로 지나갔기에 나도 모르게 인사를 건넸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짧게 시선이 오갔다. 돌아온 답은 없었다. ‘누구지?’라고 한 번 훑고 지나가는 표정에 가까웠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사람은 주변에 많은 사람을 동원하는 스타일이구나.’ 그날 현장에는 그보다 연배가 높은 오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수행원은 1~2명 수준이었다. 최 회장의 동선은 그 자체로 눈에 띄었다.

그게 최태원 회장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이 기억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최근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국회 강연이든 공항이든 청와대 행사든, 화면 속에 비친 최 회장은 여전히 비교적 많은 수행원을 대동하고 움직인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적어도 TV화면에 비치는 모습만 놓고 보면 수행원이 훨씬 간결하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쪽은 ‘최대한 가볍게 움직이려는 스타일’이고, 다른 한쪽은 ‘조직을 끌고 다니는 스타일’이다. 수행원이 많다는 건 단순히 의전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보안·일정·메시지까지 한꺼번에 움직이는 구조다. 동시에 ‘내가 책임지는 조직의 크기’를 밖으로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게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철저하다’고 보고, 누군가는 ‘과하다’고 느낀다.

요즘 그의 이름이 매스컴에 더 자주 오르는 이유는 그룹 효자 계열사인 SK하이닉스 때문이다.

사상 최대 실적, 그리고 ‘영업이익 10% 성과급 환원’이라는 파격적 약속. 이런 탓에 회사 분위기는 잔칫집이다. 포털에는 연일 SK하이닉스 성과급을 도배하고 있다. 외국 컨설팅 보고서를 타고 확산한 성과급 숫자는 6억, 많게는 13억 원대까지 거론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하이닉스 직원들 내부에서는 “이번에 제대로 받는다”라는 기대감 하나로 조직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만약 실제로 20~30대 직원이 연봉의 몇 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는다면, 그건 단순한 보너스가 아니다. 집을 바꾸고, 인생 계획을 다시 짤 수 있는 수준이다. 대기업 임원은 물론 중소기업 오너도 쉽게 받기 어려운 금액이 한 번에 급여통장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그것도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에게 말이다.

이쯤 되면 파장은 회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 다른 기업 내부에서도 반응이 터졌다. 보상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결국 ‘우리 회사는 왜 이 정도냐’는 회의감이 번진다. 삼성 내부가 시끄럽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더 높은 30%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태원 회장이 던진 한 수가 한국 기업 전체의 판을 건드리는 구조다.

아마도 그의 계산은 이랬을 것이다. 돈을 풀면 사람이 모이고, 인재가 모이면 기술은 혁신된다. 기술이 발전되면 회사는 더 강해진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공식이다.

실제로 이런 보상이 지속된다면, 이공계 최상위 인재는 물론이고 의대를 고민하던 수험생들까지 반도체로 방향을 틀어 의대 만국 병을 해소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인 투자다.

다만 걱정도 든다. “안 좋을 때는 어떻게 할 건가.”

반도체는 업황을 탄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격차가 극단적이다. 지금처럼 펑펑 성과급을 줄 수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반도체 업황이 꺾였을 때, 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한 번 크게 받아본 사람은 그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한다. 기대치는 그대로 남아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 대부분은 이해하고 버티겠지만, 수만 명이 모두 같은 온도로 버티는 건 다른 문제다. 그때 조직 내부에서 미묘한 균열이 생길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 회장은 개인사 이슈로 인해 대중적 이미지가 긍정적인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결정이 단순한 ‘이미지 반전’을 노렸다는 시각도 있다. 

중요한 건 의도보다 결과다. 최 회장이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도 그는 한두 수 앞을 본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성과급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파장이 훨씬 넓다는 점이 다르다. 기업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시장, 임금 구조, 사회적 기대치까지 흔들 수 있다.

다시, 최 회장을 처음 봤던 그 장면을 떠오르게 된다. 

여러 명과 함께 들어오던 한 사람. 그 자체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방식. 이번 성과급 정책도 비슷하다. 크게 움직이고, 크게 보여주는 선택이다.

그 선택이 조직을 더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의 결정은 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사도 회사 문제도, 한 번 움직이면, 그 파장은 생각보다 멀리 오래간다. 무엇이든 더욱 신중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기업 오너의 숙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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