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임정은 기자] 박쥐에서 유래한 특정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인간 세포에 침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브라이트연구소 달런 베일리 박사와 케임브리지대학교 줄리아 갈로 박사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동아프리카 하트코박쥐에서 발견된 알파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수용체로 이용해 침투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40종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케냐에서 분리된 코로나바이러스(CcCoV-KY43)가 인간 세포 표면 단백질인 'CEACAM6'과 결합해 침투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는 주로 코로나19나 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 중심으로 6종이 확인됐으나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는 알파코로나바이러스가 제한된 수용체만 사용할 것이라는 기존 가정과 달리 훨씬 다양한 경로를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줄리아 갈로 박사는 "실제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전파되기 전 인간 세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새 수용체를 미리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이 케냐 타베타 지역 주민들의 혈청을 분석한 결과 최근 감염을 시사하는 면역학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아 실제 사람 간 전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잠재적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초기 경고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확산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일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별도의 돌연변이 없이도 인간 세포에 침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세포 진입이 곧바로 감염이나 전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간 감염병의 60%에서 75%가 동물에서 유래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팬데믹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달런 베일리 박사는 "이 연구 방법을 다른 잠재적 인수공통 바이러스 탐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