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사라진 2026 신년사, CEO들 '혁신' 대신 '구조'라는 생존을 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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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사라진 2026 신년사, CEO들 '혁신' 대신 '구조'라는 생존을 택하다
  • 윤대우 기자
  • 승인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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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 타운 (사진=이슈밸리) 
삼성·현대차부터 금융·게임·교육까지… 2026 신년사 핵심 키워드 총분석

 

[이슈밸리=산업분석팀] 2026년 신년 벽두,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이 내놓은 메시지는 과거의 문법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목표 수치나 장밋빛 전망 대신 전환, 체질, 신뢰, 내부통제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채웠다. 2026년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제 ‘위기 가능성’이 아닌 ‘전제 조건’이 됐다.

CEO들의 신년사는 성장 선언문이 아니라, 각 기업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자기 점검에 가까웠다. 말을 아낀 대신 구조를 점검하고, 확장을 미루는 대신 신뢰와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 보다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슈밸리는 이를 단순한 ‘보수적 기조’가 아니라, ‘현실 인식 보고서’로 분석해 본다.

◆ 제조·기술·에너지, “확장은 멈췄다, 이제는 시스템의 완결성”

삼성전자의 신년 메시지는 이례적으로 차분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본원적 경쟁력의 완전한 복구"를 선언하며,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잇는 ‘원스톱 솔루션’의 완결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내부의 실행력 저하를 직시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적 선언이다.

특히 노태문 D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AI의 생태계 확장을 넘어 "AI가 일상의 공기와 같은 신뢰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기기를 많이 파는 시대를 지나, 사용자의 삶을 안전하고 정교하게 지탱하는 'AI 신뢰 플랫폼'으로서의 구조적 안착을 2026년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과거의 ‘속도전’ 대신 ‘피지컬 AI 플랫폼’과 로보틱스의 일상화를 화두로 던졌다. 테슬라식 확장 경쟁에서 벗어나 질적 성숙과 장기 생존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중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AI 시대의 흐름을 타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도전을 강조하면서도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한 리밸런싱의 완결을 시사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고객 향한 진심을 바탕으로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로의 도약을 주문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미래 선도기술 확보’가 100년 한화의 핵심 경쟁력임을 역설하며 구조적 혁신을 촉구했다.

◆ ICT·교육, “신뢰가 곧 생존, 본질로의 회귀”

통신 업계는 ‘신뢰’를 생존의 키워드로 꼽았다. LG유플러스 홍범식 사장은 ‘TRUST(신뢰)’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객과의 약속 이행을 주문했고, KT 박윤영 사장 역시 고객 신뢰 회복과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교육 분야에서는 전통의 강자인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과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내실 경영과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특히 웅진 윤석금 회장은 차남 윤새봄 부회장과 함께 지주사 중심의 책임 경영을, 대교 강영중 회장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 회복에 주력했다. 바인그룹 김영철 회장은 ‘사람 중심의 성장’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업계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신년 계획을 구상하는 CEO 이미지 (일러스트=이슈밸리)
신년 계획을 구상하는 CEO 이미지 (일러스트=이슈밸리)

 

◆ 식품·유통·주류, “버티는 구조가 이긴다”

CJ그룹 손경식 회장은 ‘K-트렌드 속도전’과 담대한 도전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은 2~3년간의 준비를 마친 ‘본격적인 비상’을 선언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여전히 혹독한 경영 환경을 인정하며 질적 성장을 위한 ‘턴어라운드’와 강한 실행력을 지시했다.

식품에서는 동서식품 김광수 사장이 안전보건 경영과 내실화를, 오리온 허인철 부회장이 글로벌 성과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다. 주류 업계의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은 시장 지배력 공고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 안착에 방점을 찍었다.

◆ 제약·바이오, “R&D의 질적 전환과 플랫폼 확보”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은 글로벌 신영토 확장과 독자 기술력을 통한 ‘혁신의 역사’를 강조했고, 종근당 이장한 회장은 AI 기반 디지털 시스템과 차세대 플랫폼 기술 확보를 통한 경영 효율화를 지시했다. 동국제약 송준호 대표는 2026년 ‘1조 클럽 진입’ 가시화를 목표로 포트폴리오 정교화를 강조했다.

◆ 게임·금융, “운영의 시대, 통제 안에서의 성장”

게임 업계는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핵심 키워드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개발 및 비용 구조 전반을 다시 짜는 재도약을 언급했다. 컴투스 남재관 대표는 ‘성과로 증명하는 해’를 선언했으며, 스마일게이트 성준호 대표는 IP 다각화와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금융권은 AI를 통한 대전환과 내부통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KB금융 양종희 회장,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공통적으로 ‘AX(인공지능 전환)’를 언급했다. 특히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청라 사옥 시대를 맞아 판을 바꾸는 ‘혁신적 대전환’을 선언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국제 산업분석 전문가는 "2026년 신년사에서 주목할 점은 '숫자'가 사라지고 '시스템'이 등장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저성장을 상수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특히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비용 구조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정의한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영리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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