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윤대우 편집국장]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1월 4일부터 7일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취임 7개월(215일) 만에 성사된 이번 방중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한중 관계가 다시 ‘경제 중심축’으로 복원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자, 한국 외교의 전략적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재개되는 대규모 민관 합동 경제외교다. 단순한 의전 방문이 아닌, 실질적 성과를 요구받는 ‘경제 원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 위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중국이라는 거대 변수가 존재한다. 수치상 교역은 유지됐지만, 체감 경기는 확연히 다르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지속된 비공식적 제재와 중국 내 애국 소비(궈차오) 열풍은 우리 기업의 입지를 좁혔다. 한국 기업의 제품은 과거만큼 환영받지 못하고, 투자·유통·콘텐츠 영역 곳곳에서 장벽은 여전하다. 현재 한국 경제가 겪는 구조적 정체는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약화와 궤를 같이한다.
역설적으로 중국 역시 돌파구가 필요하다. 미·중 갈등의 심화, 내수 부진, 외국인 투자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시진핑 정부에게 한국은 기술과 자본을 연결할 핵심 파트너다. 즉,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각자의 절박함을 안고 만나는 전략적 교차점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분명하다. 이념도, 감정도 아닌 경제 실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비교적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 노선을 유지해 왔다.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해 왔고, 이는 보수 진영 일부에서도 평가받는다. 국익 중심의 접근법은 이번 방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방중은 경제 회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두고,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말뿐인 협력 선언이나 원론적 합의로는 부족하다.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와 현지 규제 완화 등 손에 잡히는 구체적 합의안(Hard Proof)이 도출되어야 한다. 연초부터 그 바쁜 재계 총수들이 대거 동행하는 만큼, 구체적 성과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국민적 공감은 얻기 어렵다.
◆ 넘지 말아야 할 선… “주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원칙도 필요하다. 경제를 이유로 국가의 존엄과 안보, 질서를 양보할 수는 없다. 주권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 기밀 무단 유출, 집단 해킹 공격, 서해·동해 불법 조업,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일부 중국인의 국내 무질서 행위 등은 명확히 짚어야 할 사안이다. 협력은 협력이고, 주권은 주권이다. 이 선이 흐려질 때 외교는 신뢰를 잃는다.
시진핑 주석 역시 한국의 이런 입장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계산이며, 상대의 선을 존중할 때 신뢰는 유지된다. 시진핑 주석 역시 행여 한국의 실용적 태도를 '저자세'로 오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교의 아이러니는 분명하다. 한국이 미국과 가까울수록 중국은 한국을 중시했고, 미국과 멀어질수록 중국은 한국을 무시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에 대한 일방적 구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은 이를 방증한다. 당시 중국 방문에서 반복된 ‘혼밥 외교’는 상징적 장면으로 우리 국민을 씁쓸하게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점을 정확히 읽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아 중국으로부터 최대치의 양보를 끌어내는 ‘전략적 균형감’이야말로 이번 방중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 경제 외교의 시험대… 결과로 증명해야
이번 방중에는 2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제조업, 반도체, 배터리, 콘텐츠, 플랫폼, 친환경 산업까지 폭넓다. 단순 교류를 넘어 실질적 계약과 협력 모델이 나와야 한다.
앞줄 왼쪽부터 이형희 SK수펙스 위원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에서는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이, 상하이에서는 미래 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협력이 논의된다. 특히 2026년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둔 상하이 일정은 역사적 상징성도 크다.
베이징에서의 정상회담이 거대 담론을 다룬다면, 상하이 일정은 미래 산업의 실무적 협력이 중심이 될 것이다. 특히 임시정부 수립의 상징인 상하이에서의 행보는 역사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양국의 건설적 동반적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방중이 역사에 기록될 이름은 둘 중 하나다. ‘또 하나의 외교 이벤트’인가, 아니면 ‘한국 경제 재도약의 원년’인가. 이념보다 실익을, 감정보다 구조를 우선시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베이징의 무거운 공기를 뚫고 실질적 성과라는 온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