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임정은 기자] 칠레에서 1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며 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14일(현지 시각) 칠레 선거관리위원회(SERVEL)는 개표율 99.33% 기준으로 카스트 후보가 58.18%, 좌파 집권 진영의 지지를 받은 히아네트 하라(51) 칠레 공산당 후보가 41.82%를 득표했다고 공표했다.
하라 후보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말을 전했다"며 패배를 승복했다. 가브리엘 보리치(39) 현 대통령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대선 결과는 명백하다"며 "조국의 운명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축하를 전했다.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2017년과 2021년에 이은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쥔 중량급 정치인이다.
지난달 16일 1차 선거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 이로써 칠레는 중도우파 성향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1949~2024) 이후 4년 만에 정권을 '우파'으로 돌렸다.
반면 보리치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 속에 여권 후보가 외연 확장에 실패하며 퇴진하게 됐다.
'칠레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카스트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언행과 정치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카스트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유세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를 겨냥해 "옷만 걸친 채 떠나야 할 상황이 오기 전에 떠나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 메시지를 냈다.
또 조직범죄 척결을 위해 군의 권한 확대와 비상사태 선포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엘살바도르 부켈레 정부에서 추진된 대형 교도소 건설과 갱단원 대거 수감 정책 역시 추진할 전망이다.
다만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련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의회 내 온건 우파 세력과의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 당선인의 부친은 독일 나치당원 출신이며 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정권의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현지 언론과 외신은 카스트 당선인을 극우주의자로 묘사하지만 이번 대선 결과는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좌파 보리치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과 정권 교체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카스트 당선인은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해 '시장 경제로의 회귀'를 약속하며 공공 예산 삭감, 규제 완화, 기업 법인세 인하, 노동법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추진 등을 주요 구상으로 제시했다.
이번 칠레 대선 결과는 중남미에서 우파 성향 정권이 확산하는 '블루 타이드(Blue Tide)' 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다는 평가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 여러 국가에서 범보수 성향 정권이 집권 중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축하 성명을 통해 "카스트 당선인의 리더십 아래 칠레가 공공 안전 강화, 불법 이민 종식, 양국 간 상업 관계 재활성화 등 공동의 우선 과제를 증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은 새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