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진단] 오뚜기 함영준 회장, ‘확장보다 단단함’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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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진단] 오뚜기 함영준 회장, ‘확장보다 단단함’의 리더십
  • 이슈밸리
  • 승인 202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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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지난 8월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함영준 오뚜기함태호재단 이사장(오른쪽)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서울대 제공)
변동성 시대에 다시 떠오르는 내실 경영의 모범지

 

[이슈밸리=한유진 기자] 국내 식품 산업이 급격한 원가 변동, 수요 변화, 유통 재편 압력 속에서 유난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오뚜기는 의외의 안정성과 일관된 체질로 주목받고 있다. 

외형 성장 중심의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동안, 오뚜기는 조용히, 그러나 예측 가능한 구조 위에서 견고한 흐름을 이어왔다. 이러한 특성의 중심에는 함영준 회장이 지난 수년간 유지해온 ‘확대보다 단단함’이라는 경영 철학이 자리한다.

과도한 마케팅이나 일시적 매출 증대보다 제품 본질과 제조 기반을 우선한 전략,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품질 중심 운영, 과도한 부채나 무리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피하는 방식은 외형 중심의 경쟁이 지배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과소 평가되기도 했지만, 2024~2025년의 시장 환경에서는 오히려 이 방식이 기업 체질을 가장 탄탄하게 지켜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 공시 데이터가 보여주는 체질의 실체

오뚜기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실적의 ‘순도’다. 2025년 3분기 기준 매출 9,555억 원, 영업이익 553억 원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분기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익률은 시장 평균 대비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변동성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점에서 식품 산업 본연의 특성과 맞물린 안정성을 보여준다.

원재료 가격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던 구간에서도 오뚜기의 원가 구조는 급하게 훼손되지 않았고, 매출이 과도하게 계절성에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린 결과가 아니라, 원가 통제 능력과 고른 제품군 비중을 유지해온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주력 제품군 중심의 매출 구조는 경기 순환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역할을 하며, 브랜드의 일상성 또한 기업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가총액이 1조 3천억~1조 5천억 원대에서 안정적으로 형성된 배경에도 이러한 체질이 반영돼 있다. 시장의 단기 기대치에 따른 오버슈팅 없이, 본질적 수요와 생산 기반에 맞춘 기업가치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오뚜기는 식품기업의 교과서적 형태를 보여준다.

급성장이 아닌 지속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 바로 이것이 데이터로 확인되는 오뚜기의 현재이다.

◆ 수출 구조와 시장 지도가 보여주는 ‘조용한 해외 확장’

한국 라면 수출은 2023년 9억 달러를 상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관세청·KOTRA·식품산업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 라면의 해외 수요는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가 확대되는 흐름에 가까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오뚜기는 삼성·롯데·CJ와 같은 초대형 유통그룹과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거대한 해외 마케팅 없이도 안정적 제품 공급, 현지 유통망 협력, 꾸준한 품질 유지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시장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 단독 수출 통계는 공개되지 않지만, 미국·일본·베트남·동남아 주요 온라인몰 판매 데이터와 대형 소매 유통망의 입점 비율을 보면 진라면·카레·즉석밥 제품이 꾸준한 판매권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흐름은 ‘폭발적 성장’이 아닌 ‘지속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오뚜기 해외 사업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

특정 스타 마케팅이나 단기 이슈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이 스스로 해외 소비자층을 확보해온 방식은 오뚜기의 브랜드 내구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다.

해외법인 현황 역시 이와 같은 기조를 뒷받침한다. 오뚜기는 미국·일본·중국·베트남 등 주요 시장에 법인을 두고 있으며, 이 법인들은 판매망 구축과 품질 유지에 초점을 맞춘 장기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매출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적정한 규모의 지속적 성장, 바로 이것이 오뚜기 해외사업의 현실적 면모다.

◆ 리더십이 만든 방향… 함영준 회장 '기본기’를 지키는 힘

오뚜기의 지속가능보고서와 공시를 살펴보면, 이 기업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품질·안전·정도’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 철학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기업 전략의 모든 층위에 반영된 원칙이다. 제품 개발, 원재료 관리, 위생 기준, 제조 공정, 유통 관리, 고객 기피사항 최소화 등 오뚜기의 전반적 운영 방식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보다는 “기본을 단단히 지키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함영준 회장의 리더십 역시 같은 결을 가진다. 적극적인 외형 확장보다 기업의 본질적 경제성과 제조 기반을 우선한 의사결정, 무리하지 않는 투자의 속도, 안정적 생산설비 운영, 기본 제품군 강화, 무차별적 마케팅 지양 등은 ‘조용한 경영’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지금의 시장 환경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특히 식품 제조업의 특성상 품질 사고는 기업 전체 신뢰를 흔들 수밖에 없는데, 오뚜기는 이 영역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안정적인 기준을 유지해온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경영진이 기본기를 최우선으로 하고, 제조의 일관성과 품질 기준을 기업 가치의 중심에 두어온 리더십은 장기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불확실성이 강화된 2025년의 경제 환경에서 오뚜기의 체질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기본기를 기반으로 한 경영’에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함영준 회장의 경영 방식은 요란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방식”이라면서 “오뚜기의 성장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이 조용함과 단단함이 오히려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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