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는 취재 기사 형식보다는 에세이의 감성을 살려 일상에서 느끼고 체험한 이슈를 따뜻한 관점, 긍정적 시선으로 해석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혼돈하고 각박한 사회에 희망과 긍정을 찾아 우리 삶을 되짚고, 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슈밸리=윤대우 에디터] 일과 생활의 균형(워라벨) 시대를 맞아 저녁 7~8시만 되면 아파트 주차장은 늘 꽉 차 있습니다. 빈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지하 주차장을 몇 차례나 돌 때가 많습니다. 어렵게 찾은 주차 공간은 대부분 3칸 중 가운데 자리죠.
고등어나 갈치 같은 생선은 가운데 몸통이 최고지만, 주차장 가운데는 기피 자리입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지요. 비좁은 자리라도 감사하며 주차를 할 수 밖에 말입니다.
이상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가운데 자리가 생각보다 넉넉해졌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운전자석 차 문을 열어도 공간이 넉넉히 확보된 것을 알았습니다. 굳이 문콕은 걱정할 필요는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양쪽 주차한 차를 보니 외국과 국내 대형 SUV였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원래대로라면 좁아터져 문 콕 할까 차 문을 전전긍긍 조심히 열고 간신히 빠져나올 공산이 큰데 말입니다. 이게 웬, 일일까요. 보통 아파트 지하 주차장 한 대의 주차 면적은 약 32~35㎡ (9.7~10.6평)으로 이는 램프, 통행로, 기둥 등 포함한 평균치입니다.
좀 쉽게 말해 원룸 8평형(약 26㎡)이 주차 한 칸보다 조금 작은 크기라 보면 되는 것이지요.
주차를 넉넉히 할 수 있던 배경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디다. 양측 대형 SUV가 주차선이 꽉 차도록 주차를 한 것입니다. 한 대는 주차선을 넘어 기둥에 바짝 주차를 했더군요. 이 경우 주차 기동에 행여 차량이 닿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차는 그 비싼 외제 SUV였습니다. 이들 덕분에 가운데 주차 운전자석 문을 충분히 열 공간을 확보한 것입니다.
이런 지하 주차장 분위기는 요즘 우리 아파트의 대세가 됐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러한 작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 명, 두 명 차량을 주차 기둥에 닿을 둥 말둥 바짝 주차하며 모범을 보이면서 이에 감동받은 동네 차주들도 동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굳이 캠페인까지는 아니어도 무언(無言)의 바이럴(Viral)이나 밈(Meme) 확산 운동이라 할까요.
사실, 필자가 쓴 이 글은 최근 며칠 관찰해서 쓴 것이 아니라, 1년 넘게 꾸준히 지켜보고 쓴 것입니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란 뜻입니다. 그 비좁던 몸통 주차 공간이 어느새 넉넉하고 널널한 자리가 되어갑니다.
물론 모든 주차 자리가 꼭 이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울러 이웃 아파트도 이러한 주차장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가운데 자리는 기피 지역은 맞지만, 과거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배려와 존중의 주차 문화가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온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필자가 사는 곳은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유명한 신도시 중 한 곳입니다. 다만, 아파트 명칭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함구하겠습니다. (유머)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젊은 세대를 향해 예의와 배려가 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세대라고 지적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이것이 특별한 행위도 생색낼 일도 아닌 당연한 것처럼 여길 것 같네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한 칸, 겉으로는 그저 차 한 대가 들어가는 단순한 공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통행로와 기둥, 안전거리까지 더해져 편의점 하나, 혹은 교도소 독방 여러 개가 들어갈 만큼의 면적입니다.
이렇게 보면 아파트 지하 주차 공간은 단순한 ‘칸’이 아니라, 도시의 땅속에 숨겨진 거대한 건축물의 한 모듈입니다. 주차 한 면마다 사람들의 이동과 안전, 구조 효율이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죠.
우리가 매일 무심코 차를 세우는 그 공간 속에도 도시의 질서와 설계자의 고민, 그리고 생활의 여유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각박하고 냉랭한 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매일 같이 훈훈한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