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밸리=경제산업팀] 현대약품이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가 새로운 성장 기회인 동시에 복합적인 경영 리스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관련 절차가 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 아래 내년 1분기 이내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대약품의 제품은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심사 단계에 있다. 허가와 수입, 유통 기준,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모두 확정돼야 실제 판매와 매출 발생을 논할 수 있다.
독점 판권의 기회…음성 유통을 제도권으로
현대약품은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지미소의 국내 독점 판권 확보 계약을 맺고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제다. 현재 국내에 정식 허가된 임신중지 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정식 도입은 해외직구와 온라인 음성 거래를 제도권 유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약물의 안전성이 단순히 성분의 문제가 아니라 처방 전 진단과 사후 관리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 브리핑에서 “초음파검사로 임신 주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자궁외임신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처방 역량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정식 유통과 의료진 관리가 갖춰지면 임신 주수 확인, 금기 대상 선별, 복용 뒤 이상 증상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임신 기간에 맞는 권고 방법과 필요한 의료 역량이 갖춰질 때 임신중지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허가가 곧 매출은 아니다
현대약품은 2021년부터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세 차례 신청했다. 1차 신청은 안전성·유효성·품질 자료 보완 요구 뒤 자진 취하됐고, 2차 신청은 법·제도 문제로 절차가 중단됐다. 현재는 2024년 12월 신청한 세 번째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독점 판권 보유 자체를 즉각적인 매출 증가로 연결하기에는 이르다. 제품 가격, 건강보험 적용 여부, 수입 물량, 의료기관 공급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해외 공급사와의 계약 조건, 환율과 물류비도 수익성 변수로 남아 있다.
현대약품의 기존 실적 흐름은 개선세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1020억원,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기존 의약품·식품 사업 성과에 기반한 것으로, 미프지미소 관련 매출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안전관리 비용과 제품 책임 리스크
미프지미소는 일반 소비재가 아닌 처방과 관찰이 필요한 의약품이다.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응급 대응 체계 없이 복용할 경우 의료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과다출혈이나 심한 복통, 불완전 임신중지 등에 대비해 산부인과와 응급의료기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인제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임신중지 약물은 출혈을 유도하는 만큼 일부 환자에게서는 과도한 출혈이나 심한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약물을 복용할 경우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안전관리 장치를 별도로 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처방자의 환자 적합성 판단과 응급 대응 계획, 인증된 유통 경로, 환자 고지 등을 통해 중대한 합병증 위험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현대약품으로서는 허가 뒤 이상사례 수집·보고, 의료진 교육, 유통 추적, 민원 대응 비용과 책임이 함께 커질 수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품 책임 논란과 기업 평판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법·제도 공백과 사회적 갈등도 부담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의료 접근성뿐 아니라 생명권, 여성의 자기결정권, 의료진의 진료 책임이 교차하는 사안이다. 정식 도입을 요구하는 측은 불법 유통 의약품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여성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체입법과 진료 지침, 의료진의 법적 보호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약품은 정책 논쟁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국내 판권 보유사라는 이유로 사회적 갈등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의료기관의 처방 참여 여부,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발, 광고·홍보 범위 논란은 출시 뒤에도 지속적인 평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는 허가가 이뤄질 경우 수입·유통 분야의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허가 지연 가능성, 매출 불확실성, 안전관리 비용, 사회적 갈등을 함께 안고 있는 사업이다.
투자자와 시장은 독점 판권만으로 단기 실적을 예단하기보다 식약처의 허가 결과, 유통 기준, 의료현장 수용성,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순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미프지미소 도입은 불법 유통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를 줄이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결정했다”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가격 부분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